잉에르 안데르센(65)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50년 전 달 표면 같던 한국의 산이 이토록 푸르게 바뀌었다”며 “한국의 산림녹화 성공은 인류가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라고 말했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한국 산림녹화 정책에 대한 UNEP 수장의 평가다. UNEP는 지구 환경 문제를 다루기 위해 1972년 유엔이 창설한 환경 전담 국제기구다. 지난달 28일부터 인천 송도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적응주간’ 행사에 참석하고, 산림청 등 환경 기관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방한한 그를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만났다.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한국의 산림 파괴는 전후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 50년간 정부와 국민의 노력으로 달 같던 언덕들이 숲이 되었고, 이제 사람들은 그 숲으로 산책하러 간다”며 “세계는 산림복원을 통해 생물다양성을 복원하고 그 기술을 다른 나라에 전수하는 한국의 ‘빅 팬’(big admirer)이 됐다”고 전했다.
'전쟁 후 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라는 평가에 힘입어 지난해 서울에서 세계산림총회(WFC)를 개최한 한국은 후속 사업으로 올해 4월 산림분야 협력 강화를 위해 UNEP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산림녹화 경험을 축적한 산림청은 취약 산림생태계복원(SAFE) 이니셔티브 이행에도 나선 상황이다.
이와 관련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환경오염 등 지구적 위기 속에서 우리 세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한국이 보여줬다”며 “지구의 3대 위기 대응에 성과를 보여준 한국의 ‘산림녹화 50주년’을 우리도 함께 축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은 13일 성공적인 국토녹화 경험을 해외 각국에 전수하기 위한 국제심포지엄을 서울에서 UNEP 등과 공동 개최한다.
덴마크 출신으로 영국 런던대에서 개발경제학을 공부한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유엔과 세계은행 등에서 30년 이상 일한 국제개발 분야 전문가다. 2019년 4년 임기의 UNEP 수장에 선출된 뒤 올해 초 재선됐다.
김치를 좋아하고, 한국이 좋아 자주 왔다는 그는 한국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녹화한 숲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무들이 가만히 서 있는 숲이 지속 가능한 산림이 아니다”고 밝힌 그는 "경제적 목적 등으로 산림을 계속 활용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이라고 말했다. 벌목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돌리기 위해 정부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 땅엔 벼를 심고, 저 땅엔 토마토를 심어 우리가 매년 수확해 먹죠? 목재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무를 베어내 썼다고 해서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더 많은 나무를 심으면 됩니다.” 원시림처럼 보존하고 보호해야 할 산림이 아니라면, 사업 목적에 맞춰 목재를 활용하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목재처럼 순환되지 않는 '일회용품'의 사용을 자제하는 요청으로 이어졌다. “비닐쇼핑백을 만들기 위해 인류는 지구의 뱃속에서 석유를 뽑아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그런데 그 비닐봉지는 마트에서 집까지 감자 몇 개를 옮기는 데, 단 몇 분 동안 사용된 뒤 휴지통으로 들어갑니다. 이게 얼마나 기가 막히는 일인가요. 지구를 파괴하지 않으면 우리가 부유해질 수 없다고요? 아뇨, 우린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냥 조금만 더 똑똑해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