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와 벌였던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에 불복, 취소신청을 제기했다. 앞서 론스타는 2012년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6조 원대 손해를 봤다며 ISDS를 제기했고,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10년 만인 지난해 8월 31일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약 2,800억 원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정했다.
법무부는 1일 "론스타 사건 판정에 ICSID 협약상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다양한 법리상 문제점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ICSID에 판정에 대한 취소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취소신청에 따라, ICSID는 중재인 3명으로 이뤄진 취소 재판부를 별도 구성해 판단하게 된다.
법무부의 취소신청 이유는 △판정부의 명백한 월권 △절차규칙의 심각한 위반 △이유 불기재 세 가지다. 법무부는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승인 과정에서 그 규제권한과 재량을 적법하게 행사했기 때문에, 국가의 국제법적 책임을 인정할 만한 위법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판정부가 금융위원회의 '구체적인 위법행위'를 특정하지 않은 채 정부의 배상의무를 인정해 국제법상 국가책임 인정 법리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외환은행 매각 지연 과정에서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영향을 미친 점도 강조했다. 정부의 조치가 아니라 론스타의 주가조작 범행으로 외환은행 매각이 지연됐는데, 국제관습법상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판정부가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는 얘기다.
또, 판정부가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국제상업회의소(ICC) 상사중재 판정문을 주요 증거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변론권과 반대신문권 등을 박탈했다고 짚기도 했다. "직접증거 없이 추측성, 전문증거(직접 보고 들은 것이 아닌 전해들은 것으로 구성된 증거)만으로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론스타가 외환은행 투자와 수익 실현에 합리적 기대를 가졌다고 주장하면서도 정부의 구체적 약속 등 그 기대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점 △론스타의 주가조작이 없었다면 매매대금 인하도 없었을 것인데 판정부가 특별한 근거·설명 없이 정부 책임을 인정해 주요 쟁점에 대한 판단을 누락한 점 △금융위의 매각가격 인하 압력 행사 부분을 모순적으로 설명한 점 등도 문제삼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리상 오류가 있는 중재판정으로 인해 소중한 국민의 피같은 세금이 낭비돼서는 안된다는 판단으로 취소신청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취소신청이 인용되면 배상금과 이자 지급 의무는 전부 소멸되므로, 향후 진행될 취소신청 절차에서 최선을 다해 법리적으로 잘못된 이 사건 판정을 제대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당초 ICSID는 2억1,650만 달러를 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판정했으나,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배상원금 안에 이자액이 포함돼 중복 계산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정신청서를 냈다. 정정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배상금 48만 1,318달러가 감액되기도 했다. 이미 론스타도 올해 7월 29일 취소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