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펑 미국 주재 중국대사가 최근 대두된 '중국 경제 위기론'에 대해 "망상"이라고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올해 초 '차이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경기 회복이 더디지만, 회복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주택 구매 조건 완화 등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한 조치들을 쏟아냈다.
셰 대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중국 경제는 당신의 생각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올해 상반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5%가 세계 주요국 경제성장률을 앞선 것이라면서 "중국 경제는 지속적인 회복과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경제적으로 붕괴할 수 있고, 미국은 여전히 번영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한 망상임을 많은 미국 친구들이 깨닫게 됐다"며 "미국은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 통제, 투자 제한, 경제 제재 및 고율 관세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셰 대사의 이번 기고문은 최근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한 전 세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 실제 중국 경제는 최근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는 물론, 더딘 내수 회복, 수출 증가율 급락 등 위험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셰 대사는 "일부 사람은 '중국이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이론을 전개하는데, 과연 공정한 평가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 전체 인구보다 많은 중국인 5억 명이 올여름 영화관을 찾았다"며 "현재 4억 명 이상인 중국 중산층은 2035년까지 8억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테슬라의 전 세계 출하량 절반이 상하이 공장에서 나왔다.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9시간마다 한 곳꼴로 새 매장을 연다"고 썼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이 여전히 많은데도, 미국이 중국 경제 위기론을 증폭시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인 셈이다.
중국 당국은 경기 부양에도 시동을 걸었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전날 주택 구매 시 계약금 성격인 '서우푸(首付)'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첫 주택 구매 시엔 서우푸를 20%로, 두 번째 구매 땐 30%로 일괄 설정했다. 서우푸는 구매 대금의 일정 비율을 일시불로 먼저 납입해야 하는 제도로, 지역마다 다르게 책정돼 있다. 예컨대 수도 베이징에선 첫 주택 구매 시 35%, 두 번째 구매 시에는 80%를 납입해야 하는데 이를 일괄적으로 인하해 주택 구매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대형 국영 은행인 공상은행을 비롯한 11개 시중 은행들도 예금금리를 일제히 인하했다. 일반 정기예금 금리는 1년물 기준 0.1%포인트, 2년물은 0.2%포인트, 3년·5년물은 0.25%포인트씩 인하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당국의 이번 조처는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가 고조되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비구이위안은 최근 상반기 손실 규모가 489억 위안(약 8조8,7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실적이 계속 악화하면 채무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위기 상황을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