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재배부터 전통주 연계 관광까지, 6차산업 비즈니스가 목표에요”

입력
2023.09.05 12:00
[소상한 토크 #31] 지역과 전통의 가치를 발굴하는 소상공인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우리 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전통주가 대중화되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양조장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경북 구미 선산읍에 소재한 농업회사법인 선산 역시 지역 전통주를 제조하는 양조장으로 지역과 로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선산 김성식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선산은 어떤 회사인가요.

"농업회사법인 선산은 선산 김씨 김종직 선생이 빚고, 김삿갓 시인이 즐겨마신 선산약주를 복원하고 있습니다. 옛 것을 힙하게, 잊힌 옛 것을 재해석해 법고창신(法古創新)하여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브랜드입니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돈을 벌었습니다. 여러 도전을 거듭하며 제 자신에 대한 고민도 커졌죠. 내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요. 제 고향과 관련된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향인 구미 선산읍은 유서 있는 여러 자산이 남아 있는 고장입니다. 외가댁인 일선(선산) 김씨 집안에 선산약주가 대대로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가업을 잇게 됐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로펌에서 비서도 했고, 스타벅스 바리스타나 일자리창출 관련 기관의 담당자 등 많은 일을 했었습니다. 26살에 결혼을 하고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잠을 포기하면서 생활했죠. 가정을 지키며 창업을 준비해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동시에 많은 일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도 궁금합니다.

"'미쳤다', '망하고 싶냐'. 가양주를 공부하며 올해 상반기까지도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입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인내했던 이유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 아이템을 고객과 투자자에게 설득하고자 치열하게 고민했던 게 점점 좋은 결과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올해 7월이 돼서야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막걸리가 너무 비싸다'라는 반응 대신, '3만원이 넘는 막걸리니 뭔가 다르다!' 라는 반응이요. 최근에는 공급이 달려 팀원 세 명과 생산 속도를 올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전통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하는데, 현장에선 어떻게 느끼시는지요.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지만, 전체 주류 시장 중 전통주는 불과 1.6%밖에 차지하지 않습니다. 물론 2021년 941억 원 정도였던 (전통주) 시장 규모가 2022년에는 1,629억 원 정도로 급격히 커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술의 우수성과 잠재력은 덜 알려져 있다고 판단합니다. 우리 술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전국에 전통주 양조장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통계도 아직 미비한 게 사실이고요. 또 고객이 전통주에 입문하기가 무척 어렵다 보니, 아직 대중화를 위한 과제도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술을 만드는 일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소비자와의 접점 확대를 위해 어패럴, 술지게미로 만든 쿠키 제조 등 다른 사업도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것들을 친환경적으로 풀어내는 것도 창업가로서의 큰 과제라고 생각하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선산이 어떤 브랜드가 되길 꿈꾸시나요.

"‘48시간 소비할 수 있는 브랜드’가 지향점입니다. 이를 위해 6차 산업 모델을 적용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쌀을 직접 경작, 재배하고 바로 옆 양조장에서 가양주를 만드는 방식이요. 관광과도 연계하고자 합니다. 관광객들이 독채 숙소에서 하루, 이틀 밤을 보내며 양조장을 견학하고, 전통주 클래스도 들으면서요. 고객에게 좀 더 다가가고자 합니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경북을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고향 사랑이 남다른 듯합니다.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요?

"경북 연간 쌀 생산량 51.1만 톤 중 20%를 소비하는 로컬브랜드가 되는 게 중장기 목표입니다. 경북은 전국적으로 쌀 생산량이 많은 곳 중 하난데, 그중에서도 구미에서 생산되는 쌀이 무척 많습니다. 생산량은 많은데 쌀 소비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은 우리 지역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입니다. 선산이 그 문제를 해소하는 창구가 되고 싶습니다.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면, 지방이나 촌사람, 농업회사법인이라는 단어가 예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도록 그 기준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지방, 농업회사법인이라는 공간이 힙한 곳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요."


장은진 창업 컨설턴트 ari.maroon.c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