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실 관광공사 사장 “마을 살리는 관광 돼야… 체류형∙고가 관광으로”

입력
2023.09.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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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 인터뷰> 
"유커 등 당일치기 저가 단체관광 지양해야" 
"체류하는 마을 만들어야 지역 살릴 수 있어" 
개평한옥마을·상도문 돌담마을 등 모범 사례 
"지역 숨은 명소 발굴 땐 오버투어리즘 극복"

편집자주

엔데믹(코로나19의 풍토병화)과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의 귀환이라는 희소식에도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마을형 관광지 주민들이다. 외지인과 외부 자본에 망가진 터전이 더 엉망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국내 마을형 관광지 11곳과 해외 주요 도시를 심층 취재해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의 심각성과 해법을 담아 5회에 걸쳐 보도한다.



"관광이 소멸 위기의 마을을 살릴 수도 있어요. 당일치기가 아니라 지역의 매력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체류형 관광이 많아져야 하죠."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지난달 28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마을이 관광지가 되면 외지 자본이 유입돼 원주민은 오히려 소외된다'는 본지 지적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본지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연재한 '사라진 마을: 오버투어리즘의 습격'에서 관광이 마을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음을 심층 보도했다. 김 사장은 "그럼에도 소멸위기에 직면한 시골 마을들에 관광지가 된다는 건 기회"라며 "다만 어떤 관광지가 되느냐가 중요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2008~2009년)을 지내며 관광 정책을 총괄한 경험이 있는 그는 지난해 10월 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지역 관광 자원 발굴 등을 이끌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수를 회복하는 것만큼 관광지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 사장의 철학이다.

김 사장은 관광객 만족도와 원주민 행복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대안으로 ''체류형 마을'을 제시했다. "일본이 이런 방식으로 유령화된 마을을 살렸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변곡점에 선 한국 관광의 모범 사례로 체류형 관광지 3곳을 들었다. △함양 개평한옥마을 △청주 문의마을 △속초 상도문 돌담마을 등이다.

예컨대 개평한옥마을은 관광객이 3박 4일간 한옥 숙박시설에 머무르며 현지인들의 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고택에서 고추장을 만들어보거나 남계서원에서 제례 예절 체험을 한다. 이 과정에서 여행객이 이방인이라는 생각은 잊고 주민 삶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 관광이 중요...초고급 관광에도 주목해야"

설악산 아래 있는 상도문 돌담마을도 2박 3일간 머물며 마을 주민처럼 살아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호텔 뷔페식 조식 대신 마을 부녀회가 특산물로 만들어준 아침밥을 먹고, 주민들만 알고 있는 마을 변천사를 듣는다. 김 사장은 "관광객이 마을에서 숙박도 하고 지역민이 마련한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면 매력을 깊이 느낄 수 있다"며 "돈도 더 많이 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귀환을 앞두고 "더 이상 저가 단체관광이 아닌 고가 관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중소 여행사가 중국·베트남 등에서 손님을 끌어모으는 저가 단체관광의 경우, 여행비용을 최대한 아껴야 하기에 북촌한옥마을 등 무료 관광지 위주로 관광객을 돌린다. 이 때문에 마을형 관광지에서 소음과 주차난 등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문제가 생긴다.

김 사장은 "의료 관광이 대표적인 고가 관광 상품"이라며 "의료 관광객은 일반적인 외국 관광객보다 한국에서 돈을 5~6배 더 쓰고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가 관광을 넘어 일본이 시장을 점유해 온 '하이엔드 관광'(초고급 관광)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오버투어리즘이 수도권 중심의 관광 문화 탓에 발생한다고도 짚었다. 그는 "숨어 있는 지역 명소를 발굴해 활성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관광공사도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