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세수 부족에 ‘짠물 예산’이 2년 연속 편성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복지예산 확대는 물론, 경기 대응 발목까지 잡는 한정된 세수가 윤석열 정부를 ‘감세의 덫’으로 빠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은 2.8%로 재정 통계를 정비한 2005년 이후 가장 낮다. 건전 재정을 위해 짠물 예산을 편성했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나, 그보다 세수 부진에 쓸 수 있는 밑천 자체가 부족한 영향이 크다.
실제 내년 국세수입(367조4,000억 원)은 올해보다 소폭 늘겠지만 지난해 국세수입 확정치(395조9,000억 원)와 비교하면 28조5,000억 원 적을 것으로 추산됐다. 대표 세원인 법인세(77조7,000억 원)만 해도 지난해보다 25조9,000억 원 감소할 전망이다. 경기 하강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와 법인세율 인하, 국가전략기술투자세액공제 확대 등 기업 감세 정책을 반영한 추계로 풀이된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세수 부진이 계속되는 셈이다. 올해 연간 국세수입은 기재부가 당초 예측한 400조5,000억 원보다 최대 50조 원 안팎 적은 350조 원대로 전망된다. 정부는 역대급 세수 펑크 지적에 따라 올해 세입 추계를 다시 해 다음 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계속되는 세수 부진은 2025년 예산의 긴축 편성 가능성을 키우는 부분이다. 기재부는 2025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올해(2.8%)보다 높은 4.2%로 제시했으나, 내부에서도 하향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 전망을 볼 때 2025년도 총지출 증가율은 4.2%보다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첫해인 지난해 내놓은 ‘2022~2026년 재정운용 방향’에선 국세수입이 연평균 7.6%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으나, 올해 발표한 ‘2023~2027년 재정운용 방향’에선 해당 비율을 2.7%까지 낮췄다.
국세수입 감소는 민간 주도 성장을 경제정책 방향으로 내건 윤석열 정부엔 커다란 위협이다. 당초 정부는 법인세 완화 등 여러 감세 정책으로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가 늘면 세수도 확대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가 펼친 감세 정책은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침체로 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줄어든 세수로 경제 회복에 쓸 재원은 모자랄 수밖에 없어 경기 대응 여력을 잃는 ‘감세의 덫’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기 내 예산안 총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을 4.6%에서 1년 만에 3.6%로 낮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건전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위기 상황에선 재정이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며 “세수가 부족하다면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선택지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