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 원전 수출 10기를 목표로 원전 산업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원자력 안전 기술 수준이 여전히 미국을 100으로 볼 때 84.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전 부지 안전성 평가 기술, 원전 해체 기술 등이 미국보다 6~8년 정도 뒤처져 있어 서둘러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비피기술거래의 박기혁 책임연구원이 한국연구재단에 낸 '2022년 원자력연구개발사업을 통한 원자력 분야 안전 기여도 및 기술수준 분석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원자력 안전 기술 수준은 원전 분야 기술을 가장 많이 가진 미국의 84.9%에 그쳤다. 미국과 기술 격차를 시간으로 비교하면 4.9년 뒤처졌다.
박 연구원이 국내 원자력 안전 기술을 평가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산학연 전문가 5명을 자문위원회로 꾸려 150명의 원전 산업 종사자, 전문가를 추천받아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는 82명으로 이 중 일부는 종사하는 부서나 팀 의견을 모아 답했다. 설문 문항은 94개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2020년 기술수준 평가를 참고해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원전 주요 5개국을 비교하게 만들었다.
답변을 분석한 결과 원자력 안전 기술이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으로 94개 항목 전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국가별 평균 점수는 미국 95점, EU 87점, 일본 81점, 한국 80점, 중국 63점이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술 격차는 평균 4.9년이었다. 특히 △원전 부지 지질 및 지질 구조 특성평가 기술 8.1년 △지진 및 자연재해 확률론적 재해도 평가 기술 7.2년 △구조물 및 기기 내진성능 향상 및 면진 기술 7.7년 등 원전 부지 안전성 평가 기술 수준이 미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원전 해체 기술 역시 미국보다 5년 이상 늦다. 기술 격차 기간은 △원자력 시설 제염(방사능 물질을 닦아내는) 기술 5.1년 △해체 폐기물 처리 및 관리 기술 5.9년 △오염 부지 환경복원 기술 6.1년 등이다. 정부는 2017년 부산 기장군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결정하며 15년 이내에 원전 시설을 '즉시 해체'하는 방안을 선택했고 이 기술을 자체 개발해 해외로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보고서는 "원자력 안전 기술 전 분야를 따라잡으려 하기보다는 원전 해체 분야, 소형 원자로 등 한국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특정 분야에 대해 연구 개발을 집중하는 체계적이고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정책적 차원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개발의 전략적 기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