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선처 탄원서 내겠다"던 주호민, 재판부엔 "유죄 선고해 달라"

입력
2023.08.30 14:30
지난 21일 "유죄 선고" 의견서 제출
증거로 낸 경위서 "동료 교사가 작성"
"주씨 측 퇴근 후, 연휴에도 교사에 카톡"

초등학생 자녀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재판부에 해당 교사에 유죄를 선고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특수교사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경기도교육청 고문변호사 등에 따르면 주씨 측 국선변호인은 지난 21일 재판부에 “특수교사의 정서적 아동학대 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주씨 측은 이 의견서와 함께 온라인에 해당 특수교사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 경위서'를 유죄 증거로 첨부했다.


그러나 특수교사 측은 해당 경위서가 2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서 "동료 교사가 다른 교사들에게 탄원서를 받기 위해 해당 특수교사로부터 경위서를 전달받아 첨언한 후 특수교사 노조 게시판에 게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위서 내용 중 '평정심을 잃고 격앙됐다'는 부분 등은 동료 교사가 썼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주씨 측이 제출한 증거가 적법 절차 없이 제출됐다는 교사 측 주장을 받아들여 제출된 증거를 모두 반환했다.

앞서 주씨는 해당 교사에 대한 선처 탄원서를 제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주씨는 지난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올린 2차 입장문에서 "아내와 상의해 상대 선생님에 대한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경위서를 통해 교사의 처지를 처음 알게 됐다"며 "직위해체 조치와 이후 재판 결과에 따라 교사의 삶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주씨 부부가 해당 교사에게 퇴근 후나 연휴에도 카카오톡으로 자녀 지도 방법에 대한 요구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씨 부부는 지난해 5월 오후 8시 이후 교사에게 수업 내용 방식 변경을 요청했고, 그 후엔 자폐성 장애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링크를 전송했다. 지난해 9월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는 추석 연휴에도 수시로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교사는 주씨 부부의 잦은 연락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주씨 부부의 아동학대 고소로 직위해제됐던 특수교사는 "진상이 규명되기 전까지는 선생님들에 대한 무분별한 직위해제를 하지 않겠다"는 경기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지난 1일 복직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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