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석 시승기] 즐거움을 주는 프렌치 크로스오버 – 푸조 408 GT

입력
2023.08.30 13:30

선진항공모빌리티(AAM) 제조 업체인 플라나(Plana)의 오경석 실장이 푸조의 새로운 아이콘, 408 GT의 시승에 나섰다.

그는 GM에서 쉐보레 볼트 개발에 함께 했고 LG에서도 전동화 부분의 경험을 쌓았다. 이후 프랑스의 자동차 부품 업체 발레오(Valeo)에서 근무하며 다채로운 활동을 펼쳤다. 더불어 폭스바겐 골프를 소유했고 여전히 운전을 즐기는 운전자다.

자동차 전문가이자 골프와 푸조를 모두 경험하며 모터사이클, 비행기까지 다루는 그와 408 GT의 주행에 나섰다.

폭스바겐 골프, 그리고 푸조 308 GT

돌이켜보면 폭스바겐 골프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던 건 ‘해치백의 대명사’ 혹은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아마도 ‘접근가능성이 가장 큰 차량’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수입차 중에서는 무척이나 합리적인 가격을 갖췄고, 성능과 운동능력, 그리고 운영의 비용적인 부분에서도 모두 합리적인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요구를 충족하고, 선택 받기에 부족함이 없던 것 같다. 나 역시 그렇기에 골프와 함께 했던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전에 경험했던 308 GT는 또 다른 선택이 가능한 존재였던 것 같다.

물론 가솔린 사양을 바라고 있었기에 디젤 사양이 아쉬웠지만 드라이빙 상황에서의 질감, 핸들링의 매력, 그리고 차량을 다루는 모든 영역에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차량이었고 역시 운영 부분에서도 ‘합리성’을 충분히 갖춘 차량이었다.

어쩌면 ‘골프’가 아니라 308 GT를 구매해도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매력, 그리고 그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차량이었다. 다만 이전의 308은 그 전의 308, 그리고 최신의 308에 비한다면 조금은 심심하고 ‘존재감’이 흐릿했다.

시대의 흐름을 따른 408 GT

408 GT의 형태는 말 그대로 ‘시대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비단 408 GT를 떠나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는 이러한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차량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고 또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푸조가 아무리 ‘고집’스러운 브랜드라 하더라도 이러한 ‘흐름’은 따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시승 전에 차량을 충분히 둘러볼 수 있었는데 말 그대로 ‘디자이너들이 엔지니어를 괴롭힌 차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408 GT를 본다면 조금 괴기스럽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천천히 살펴보고 디테일을 확인해보면 얼마나 공을 들인 모습인지 느낄 수 있다.

특히 전면 바디킷을 보면 각종 디테일과 선과 면의 연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세그먼트 이상의 노력’이 담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측면과 후면에서도 너무 과도하지 않은 높이, 그리고 크로스오버의 프로포션을 유지하려는 각종 노력들이 차체 곳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헤드라이트 부분과 리어 램프의 입체적인 연출, 그리고 바디킷들의 독특한 조형 등이었다. 과연 ‘부품을 제작하는 부서’의 담당자들이 무슨 욕을 하며 만들었을지 상상할 정도였다. 이외에도 C 필러의 디테일 등 공기역학 등을 고려한 요소도 상당히 많았다.

참고로 408 GT의 형태는 말 그대로 데일리카의 이점을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후방 시야는 조금 좁을지 몰라도 전고가 높은 공간에서 드러나는 여유, 그리고 전반적인 운전 편의성 등 다채로운 부분에서 ‘확실한 이점’을 챙기는 모습이라 생각됐다.

진정한 i-콕핏의 시간

과거 푸조의 몇몇 차량들을 경험하며 그들이 말하는 i-콕핏을 경험했는데 그 감흥이 크지 않았다. 그냥 일부 디테일이 다르고, 새로운 이름을 부여 받은 정도라 생각됐다.

그러나 408 GT의 실내 공간은 ‘진짜 제대로 된 i-콕핏’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가장 먼저 디지털 클러스터의 입체감이 강화되며 보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작지만 알찬 정보 전달, 그리고 ‘다루는 재미’를 확실히 챙기니 매력이 더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디지털 클러스터가 운전자에게만 재미를 주는 게 아니라 동승자에게도 재미를 주는 것 같다. 사실 동승자는 말 그대로 윈드실드 너머의 풍광만 보는 경우가 많은데 408 GT는 이곳저곳 살피고, 둘러본 게 많은 차량이다.

여기에 대시보드의 형태나 센터페시아의 구성, 그리고 전자식 기어 패널 등 각종 인터페이스의 연출 등에 있어서도 전반적인 패키징의 강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일부 마감이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공간 전체에 있어 높은 만족감을 선사한다.

실내 공간도 준수하다. 308 GT에 비해 한층 넓은 공간이 1열 및 2열 탑승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시트의 구성이나 연출도 우수하고 드라이빙 포지션, 그리고 착좌감까지 제대로 챙기며 ‘푸조의 매력’을 확실히 어필하는 모습이다.

특히 시트는 자동차의 실내 공간을 구현할 때 ‘원가 절감의 여지’가 큰 부분인데 체급 이상의 가치를 줄 수 있는 시트가 적용된 점은 무척 인상적인 부분이다. 분명 어지간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시트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시트다.

다만 적재 공간은 내심 아쉽게 느껴지는 편이지만 일상 속에서 사용하기엔 큰 어려움이 없고, 나아가 상황에 따라 2열 시트를 접으면 충분히 여유로운 공간을 사용할 수 있어 다양한 상황에 능숙히 대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단점이 밉지 않은 크로스오버, 408 GT

408 GT의 주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단점’을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다. 3기통 1.2L 퓨어테크 엔진, 즉 소형의 가솔린 터보 엔진에게 있어 진동과 소음, 그리고 절대적인 출력의 아쉬움은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408 GT 역시 이러한 아쉬운 장면을 곧잘 보여준다.

실제 주행을 하며 일부 진동이 거슬릴 때도 있고, 소음이 도드라지는 편도 있다. 여기에 변속기 역시 가끔 멍을 때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이 ‘차량에 대한 매력’을 하락시키는 건 아니다. 말 그대로 408 GT은 이런 특성이 있구나.. 정도로 이해된다.

그리고 408 GT에는 이러한 단점을 너무나 쉽게 지워내는 강한 강점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절대적인 성능, 그리고 순간적인 가속 성능이 아쉬울 수 있지만 ‘막상 체감의 영역’에서 부족하다 느낄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페달 조작에 따른 출력 반응, 경쾌한 움직임 등 모든 부분에서 ‘출력’을 머리 속에서 깨끗히 지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경쾌함이 있으니 ‘수치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더라도 그 아쉬움이 크게 느껴지지 않고 가려지는 모습이다. 실제 408 GT는 도로 흐름에 맞춰 주행 하기에 부족함은 없고, 경쾌한 움직임으로 추월 가속 상황에 무척 능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변속기 역시 평이하다. 이전의 EAT8 8단 자동 변속기에 비해 조금 더 단단하고 견고한 느낌이 들어 스포티한 감성을 살려주지만 토크 컨버터 방식의 부드러움을 언제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시프트 패들을 통한 수동 조작 역시 즐거움의 영역이다.

더불어 408 GT은 ‘잘 서고, 잘 도는 모습’으로 만족감을 더한다. 스티어링 휠을 조향하면 ‘역시 프랑스 차가 한국의 도로와 잘 맞는다’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운다.

여기에 특유의 경쾌한 몸놀림, 그리고 우수한 제동 밸런스 등이 더해지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특히 페달 조작 시의 질감, 그리고 차량을 다루고 조작함에 있어서의 ‘피드백’ 등 다양한 부분에서 운전자에게 ‘확신’, 그리고 즐거움을 주는 모습이라 주행을 하는 내내 만족스럽다. 실제 브레이크 페달, 엑셀러레이터 페달 등을 다루는 경험 자체가 무척 즐거웠다.

현재 일상 속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곧잘 이용하고 있는데, 하이브리드 차량과 다른 '진짜 제대로 된 내연기관' 차량의 즐거움이 더욱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다만 이러한 성향, 질감으로 인해 주행 중 무의식적인 ‘과속’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 같았다.

한편 스포츠 모드는 너무 과하지 않지만 ‘가장 기본적인 부분의 질감’ 변화를 통해 주행 전반의 템포를 끌어 올리는 현명한 방법을 취했다. 우악스럽지 않게, 그리고 차량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주행을 본질적으로 바꾸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이러한 차량의 셋업, 움직임 등은 깔끔한 아스팔트 도로는 물론이고 노면이 좋지 않은 곳, 그리고 자갈과 벽돌 등이 중심을 이루는 '벨지안 로드' 등에서도 제몫을 다하는 만큼 '추가적인 확장성' 역시 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천할 수 있는 408 GT

주행을 마치고 난 후 408 GT에 대한 매력은 무척 크게 느껴졌다. 디자인의 매력은 물론이고 실내 공간의 개성도 돋보인다. 여기에 1.2L 엔진의 효율성과 경쾌한 조향 감각, 그리고 다양한 지형에 능숙히 대응하며 즐거움을 선사하는 운전 경험까지 누릴 수 있다.

조금 더 좋은 구성, 그리고 더 뛰어난 성능 등을 원할 수는 있겠지만 일상을 함께하는 차량으로 이 정도면 어디 가서도 부족함이 없는 차량이라 평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아가 골프와 비교를 하자면 ‘골프’를 사야 한다는 강인한 신념이 있는 게 아니라면 408 GT가 더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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