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해군은 핵억제력"... 집권 후 첫 해군사령부 시찰

입력
2023.08.29 17:30
집권 이후 처음 '해군절' 기념행사 참석
김정은, 한미일 정상회담 직접 비난
중·러 연합훈련 가능성 열어둔 듯
핵어뢰 '해일'·전략순항미사일 등 해군에 전술핵 배치 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해군사령부를 시찰했다. 2012년 집권 이후 첫 방문이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18일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해군 중심의 핵억제력을 강조했다. 북한은 남한에 비해 해군력이 열세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날 실시된 한미일 해상훈련에 맞서면서 향후 도발을 준비하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김 위원장의 해군사령부 방문 소식을 전하며 "깡패 우두머리들이 모여 앉아 3자 사이의 각종 합동군사연습을 정기화한다는 것을 공표하고 그 실행에 착수했다"고 비난했다. 열흘 전 한미일 정상회의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면서 "전술핵 운용의 확장정책에 따라 군종부대들이 새로운 무장수단을 인도받게 될 것"이라며 "해군은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핵억제력의 구성부분으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놓고 △핵어뢰 '해일' △전략순항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술핵무기의 해군 배치와 이에 따른 공세적 작전계획을 예고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집권 이래 첫 해군절 연설…한미일 훈련 대응 및 러시아와의 연대 계산한 듯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군력 강화로 한미 전략자산의 접근을 밀어내는 북한식 '반접근' 전략의 메시지"라며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응해 전격적으로 북한과 러시아가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할 것을 염두에 두고 해군 현장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9월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한 중러 해상훈련을 전후로 단거리미사일 9발과 중거리미사일 1발을 발사하며 중국, 러시아와의 공조를 과시했다. 국가정보원은 1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이 러시아와의 국방장관회담을 통해 '큰 틀에서의 군사협력 방안'에 협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최근 태평양 권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해상 훈련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함께 훈련에 나선다면 해군이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21일 경비함 661호에 탑승하고, 전략순항미사일 발사시험을 참관하며 해군에 힘을 실었다.

김정은 "한반도, 가장 불안정한 핵전쟁위험수역"

'202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남북한 해군 전력은 전투함정(남 90여 척·북 420여 척), 상륙함정(남 10여 척·북 250여 척), 기뢰전함정(남 10여 척·북 20여 척), 지원함정(남 20여 척·북 40여 척), 잠수함정(남 10여 척·북 70여 척) 등 양적으로는 북한이 앞선다. 하지만 북한 함정은 대부분 낡은 데다 작전반경이 좁은 연안용이라 우리 해군 전력이 전투력이나 성능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해군을 콕 집어 강조한 것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미일 3국 군사협력의 핵심축이 항모 전개 등 해군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이에 맞대응하는 해군의 현대화와 전투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한미일 정상회의를 비판하며 "조선반도 수역은 세계 최대의 전쟁장비 집결수역, 가장 불안정한 핵전쟁위험수역으로 변해버렸다"면서 간부들에게 철저한 군사전략 수립을 주문했다. 특히 "현시점에서 변화되는 해전양상과 적의 침략전쟁수법과 전법들에 능히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전술적 방안들을 착상 수립하는 데 주목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9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군사적 대책에 관한 명령서'에 서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북한이 보다 공세적인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다변화된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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