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 해체 명목, 역대급 '짠물 예산'... 육아휴직은 늘렸다

입력
2023.08.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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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예산안]
20년 만에 최소폭 2.8% 증가
656.9조... '알뜰살뜰' 건전 재정 
R&D·시민단체보조금 대폭 삭감
'약자 복지' 방점... 안전망 강화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2.8% 늘어난 656조9,000억 원으로 확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목한 ‘이권 카르텔’을 걷어내면서 지출 증가 규모는 최저로 낮춘 역대급 ‘짠물 예산’이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골자인 ‘2024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올해보다 18조2,000억 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지만, 증가율은 재정통계를 총지출 기준으로 바꾼 2005년 이후 최소 증가폭이다. 경기 부진으로 올해보다 약 33조 원 줄어들 국세수입 등을 감안해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다.

짠물 예산 편성 재원은 윤 대통령이 언급한 여러 이권 카르텔을 들어내는 식으로 마련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효과성이 없는 사업은 삭감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 분야와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국고 보조금이 대표적이다.

중복 사업 등을 정리한 R&D 예산은 올해보다 16.6%(5조2,000억 원) 줄었다. 비영리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은 부정수급과 관행적으로 지원한 부분을 모두 걷어내 당초 신청 예산(65억 원)의 절반(33억 원)으로 편성했다. 추 부총리는 “40개 이상의 사업에 칼을 대 23조 원을 마련했고, 상당수는 약자 복지에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복지 예산(242조9,000억 원)은 올해보다 7.5%(16조9,000억 원) 증액된다. 총지출 증가율의 약 2.7배로 다른 분야보다 복지 강화에 신경을 더 썼다는 뜻이다. 저소득층 생계급여를 역대 최대(13.2%) 인상하고, 육아휴직 유급 지원 기간을 12개월에서 18개월로 연장했다. 0, 1세 자녀를 둔 부모에게 지급하는 부모급여 역시 최대 30만 원 확대했다.

필요에 따라 예산을 대거 편성한 분야도 있다. 암 예방 백신 개발과 신약 생산 등 바이오 난제 해결(KARPA-H) 과제와 발사체‧위성‧인재개발 목적의 우주 삼각체계 클러스터 구축 사업에 각각 1조9,000억 원, 6,000억 원을 책정했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이차전지 등의 기술우위를 뒷받침할 초격차 프로젝트(1조6,000억 원)도 추진한다. 1조7,700억 원의 정책금융을 투입해 K콘텐츠의 제작‧수출을 지원한다. 국격에 걸맞은 공적개발원조(ODA)를 위해 관련 예산도 역대 최대(6조5,000억 원)로 편성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세종= 변태섭 기자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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