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바다 위 조업하는 어부들

입력
2023.08.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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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서핑 성지’로 이름난 강원 양양군 인구해변은 수년 전부터 전국에서 몰려든 서핑 마니아들로 밤낮없이 북적댄다. 하지만 도회지 못지않은 번화가로 변해버린 이곳을 보는 다른 정서도 분명 있을 듯하다. 한적했던 과거의 풍경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이럴 때는 해수욕장을 조금만 벗어나 방파제를 찾아보길 추천한다. 동트기 직전 새벽녘이라면 금상첨화다. 왜냐하면 이 시간 방파제 위에서 본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기 때문이다. 저 멀리 먼바다를 바라보면 밤새워 불을 환히 밝힌 채 조업하는 어부들이 그물을 거둬들이는 모습도 보인다. 아마도 여명의 시작을 바닷물에 비친 붉은빛으로부터 문득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조업을 마친 어선들이 태양의 호위 아래 여명이 깔아준 붉은 양탄자를 가르며 힘차게 부두로 들어오는 모습은 일출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해수욕장 해변에서 밤새 즐겼던 젊은이들은 강렬한 햇살에 하나둘 일어나 자리를 뜬다. 이들 역시 자신의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 일한 보상으로 얻은 휴가를 즐겼을 뿐이리라. 떠들썩한 한여름 한바탕 소동도 이제 끝물이다.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면 만선의 어부를 생각하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 다른 내년을 기약하며...


왕태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