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양극재를 만들기 전 금속 원소들을 섞은 화합물 단계인 '전구체'를 적극적으로 국산화해야, 중국에 편중돼 있는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태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9일 '자원 무기화 시대 한국의 대응' 토론회에서 "배터리 양극재 제조에 필요한 광물 자원은 국내에 제련 및 가공 설비가 없거나 부족해, 정광(불순물을 제거한 광석)이 아닌 소재 및 부품을 수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미 제련이나 가공이 끝난 전구체 형태의 광물을 수입하다 보니, 우리보다 제련 기술이 고도화한 중국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 김 위원의 진단이다. 그는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광물인 리튬은 2022년 기준으로 대부분 제련 제품인 수산화리튬을 수입하여 충당하고, 니켈·망간·코발트는 수요의 대부분을 전구체 형태로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입한 수산화리튬 중 88%는 중국산이었고, 전구체인 니켈·코발트·알루미늄 산화물의 중국 수입 비중은 100%에 달했다.
김 위원은 지정학적 측면을 고려해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느냐가 자원안보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광물 대신 수입선이 다른 광물 중심으로 공급 안정성을 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탄산리튬의 경우 수산화리튬보다 중국 의존도가 훨씬 낮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안정성이 양호한 칠레에서 전체 수입량의 78%를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탄산리튬의 경우도 칠레에서의 수입이 절대적이라 역시 수입선 다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전구체 생산량을 늘려 공급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게 김 위원의 제안이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인해 중국에 의존하는 배터리 핵심광물자원과 부품의 공급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 "탄산리튬을 수입해 국내에서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거나, 전구체를 국내에서 제조해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배터리 재자원화도 원재료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 IRA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