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전국 최고인 대구의 한 신축아파트에서 건설사가 미분양을 타개하기 위해 당초 분양가를 추가로 낮추자 기존 입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추가 할인분양에 대한 차액 보상을 약속한 '조건부 특약계약서'(소급계약서)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28일 대구 수성구 신매동 R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 아파트 입주민 50여 명은 지난 26일 아파트 일대에 소급계약서를 영정사진으로 꾸미고, 시공사와 시행사 등의 이름이 쓰인 근조화환을 배경으로 "계약서소급 이행하라"며 항의시위를 펼쳤다.
부동산업계와 비대위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지난 1월 면적 1만5,295㎡ 연면적 3만4,204㎡에 지상 27층 지하 2층 5개동 84㎡ 207세대 규모로 준공돼 현재 28세대가 입주를 마쳤다. 입주율은 13.5%에 불과하다.
비대위에 따르면 시행사는 지난해 3월 분양가 8억2,000만 원을 내걸었으나 계약자가 전무하자 같은해 6월 7억5,000만 원으로 2차 분양에 나섰고 28세대만 분양했다.
최근 분양업무가 시공사로 넘어오면서 분양가는 6억~6억5,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입주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입주민은 "입주 2달 만에 아파트 분양가가 1억3,000만 원이나 떨어졌다"며 "높은 분양가로 입주한 세대에게도 할인분양을 적용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민들은 이를 위해 소급계약서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체결된 소급계약서에 따르면 신탁사는 매수인에게 공급계약서에서 정한 총 공급대금 중 7,000만 원을 잔금에서 공제한 금액으로 공급토록 하고 있다.
한 40대 입주민은 "계약조건이 바뀔 때 기존 입주자들에게도 차액을 주기로 한 소급계약서 조항을 하루빨리 이행해야 한다"며 "시공사는 일정 세대 이상 분양돼야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건 협상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신탁사도 난처한 입장이다. 신탁사 관계자는 "시공사가 최근 분양가를 아무 상의없이 단독으로 정하는 탓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원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공사 측은 "담당자가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