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28일 국가보훈부를 향해 "(광주 출신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 선생에 대한 논쟁으로 더 이상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강 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가보훈부는) 보훈 단체와 보수 단체를 부추겨 광주를 다시 이념의 잣대로 고립시키려는 행위를 중단해 주시기 바란다. 광주 시민은 지금의 이념 논란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함께 추진했던 한중 우호 사업인 정율성 기념사업은 광주시가 책임을 지고 잘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이날 전남 순천을 찾아 "학생들에게 공산당의 나팔수를 기억하게 하고 기리겠다는 시도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광주시의 정율성 역사 공원 조성 사업 철회를 촉구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강 시장은 정율성 역사 공원 조성 사업을 둘러싼 이념 논쟁을 두고 "2013년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당시 보훈처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박 장관을 직격했다.
그는 "당시 보훈처는 수십 년간 광주 시민들이 마음을 담아 부르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시켰고, 이념의 잣대로 5·18민주화운동을 묶고, 광주를 고립시키려 했다"며 "물론 당시에도 보훈처의 철 지난 매카시즘은 통하지 않았고, 광주 시민들은 이를 잘 넘어섰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강 시장은 또 박 장관의 정율성 역사 공원 조성 사업 철회 요구에 대해 "정율성 기념사업은 중앙 정부에서 먼저 시작했다"고 받아쳤다. 이어 △1988년 노태우 대통령 재임 당시 서울올림픽 평화대회추진위원회의 정율성 부인 정설송 여사 초청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재임 당시 문화체육부 주관 한중 수교 1주년 기념 정율성 음악회 개최 △1996년 문화체육부 주관 정율성 작품 발표회 개최 △2015년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정율성 음악 퍼레이드 참관 등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한중 관계가 좋을 때 장려하던 사업을, 그 관계가 달라졌다고 백안시하는 것은 행정의 연속성과 업무 수행 기준을 혼란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강 시장은 "정율성 선생이 우리 정부의 대중국 외교의 중요한 매개였음은 분명하다"며 "광주는 이런 기조에 발맞춰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관광 사업 일환으로 기념사업을 구상했고 2005년 남구에서 시작된 정율성 국제음악제는 18년째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간 5명의 광주시장이 바뀌는 동안 시민 의견을 모아 진행해 온 사업"이라며 사업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