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전북 순창의 한 농협 주차장에서 1톤(t) 트럭이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투표를 위해 줄지어 서 있던 주민 수십 명을 덮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4명이 목숨을 잃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운전자는 74세의 고령 노인이었다. 경찰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와 착각해 사고를 낸 것으로 결론 냈다.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자체들이 면허 반납을 적극 유도하고 있지만 반납률은 턱없이 저조한 실정이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만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는 2019년 333만7,165명에서 작년 438만7,358명으로 계속 증가 추세다. 반면 해당 기간 면허를 반납한 고령 운전자는 매년 7만~11만 명 수준으로 반납률이 2.06~2.57%에 그친다. 올해만 해도 7월 말 기준 노인 면허 소지자는 456만7,710명인데 반납한 사람은 5만6,271명으로 반납률이 1.23%에 불과하다.
물론 전국 평균을 웃도는 반납률을 보이는 지역도 있다. 대전의 경우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만 65세 이상 운전자 1만147명이 면허를 반납했다. 지난해 기준 반납률은 9.1%나 된다. 그러나 이곳도 정작 고령 운전자 사고 발생 건수는 늘고 있어 고민이다. 대전의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2018년 7,477건에서 작년 6,768건으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사망자도 85명에서 47명으로 줄었는데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는 865건에서 1,075건으로 24.3%나 증가한 것이다. 전국으로 봐도 전체 교통사고 대비 만 65세 이상 운전자 사고 비율은 2019년 17.7%에서 작년 18.2%로 높아졌다.
이에 지자체들은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면허 반납 혜택을 더 강화하고 있다. 대전시는 현재 10만 원인 반납 지원금을 최대 30만 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면허를 소지만 하고 있는 이른바 ‘장롱 면허’ 소지자에겐 지금처럼 10만 원을 주되, 반납할 당시 보험가입증명원을 제출하는 등 실제 운전을 하고 있었다는 게 확인되면 20만 원 더 지급하는 방식이다. 옥천군 역시 지원액을 현행 1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서울시도 2019년부터 면허 반납 고령 운전자에게 10만 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제공한다. 지난해 1만5,141명에 이어 올해는 43.3% 늘어난 2만1,700명에게 교통카드를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상보다 반납자가 많아 추가로 7,000여 명분의 예산을 더 확보했다”며 “추가 국비 지원 상황 등을 감안해 다른 사업으로의 확장이나 지원 규모 확대 등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시적 지원책에 그칠 게 아니라 꾸준히 제공하는 장기 보상안을 마련하고, 관련 규정도 지금보다 촘촘해져야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일정 나이가 되면 적성검사를 정밀하게 진행해 인지능력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도록 기준을 높이고, 고령 운전자가 인사 사고를 내면 면허를 직권 취소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