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스마트폰, 금광석보다 금 많은 '도시 광산'이랍니다

입력
2023.08.30 04:30
14면
[우리가 몰랐던 쓰레記]
폐스마트폰, 금속 60여 종 포함된 '자원의 보고'
그냥 매립하면 유독 물질 나와 토양·지하수 오염
나눔폰으로 재활용하면 기부에 탄소 포인트까지

편집자주

우리는 하루에 약 1㎏에 달하는 쓰레기를 버립니다. 분리배출을 잘해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쓰레기통에 넣는다고 쓰레기가 영원히 사라지는 건 아니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버리는 폐기물은 어떤 경로로 처리되고, 또 어떻게 재활용될까요. 쓰레기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스마트폰 바꾼 지 얼마나 됐을까요. 매끈한 디자인에 초고성능 카메라까지 갖춘 신형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설레는 분 많을 겁니다. 최신 폰에는 큰 감흥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매일매일 쓰는 물건이다 보니 언젠가는 교체할 때가 옵니다.

평소 스마트폰을 깨끗하게 잘 썼다면 중고폰 업체나 중고 거래 플랫폼 등을 통해 타인이 쓸 수 있게 팔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떨구며 스마트폰을 혹사시켰다면 중고 판매가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고 사진과 연락처 등 개인정보로 가득 찬 물건을 어디에 함부로 내놓기도 찝찝하고요. 누구나 책상 서랍 어딘가에 구형 폰 한두 개씩은 처박아 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회생 불가' 폐스마트폰은 어떻게 버리는 게 좋을까요. 사실 환경을 생각하면 재활용이 가능하게 처분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은 '도시 광산'이라 불릴 정도로 귀중한 금속이 다량 포함돼 있거든요.

금광석 1톤엔 금 4g, 폐스마트폰 1톤엔 400g

스마트폰에는 귀금속인 금 은, 기초금속인 알루미늄 구리 철, 희소금속인 코발트 텅스텐 탄탈룸 팔라듐 등 각종 금속 60여 종이 촘촘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절반가량이 금속이고, 나머지는 플라스틱과 유리 등입니다.

기종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폐스마트폰 1대당 평균 금 0.034g, 은 0.2g, 팔라듐 0.015g이 함유돼 있습니다. 자연에서 금광석 1톤을 캐도 4~5g의 금밖에 추출할 수 없지만, 폐스마트폰 1톤을 모으면 300~400g의 금을 확보할 수 있는 거죠.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의 '폐정보통신기기의 자원화 가치 분석(2018)' 논문에 따르면 삼성 갤럭시 S6 폐스마트폰 1대의 자원 가치는 1,850원 정도입니다. 못 쓰는 스마트폰을 잘 재활용하면 금속 채굴·운송·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파괴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원을 훨씬 효율적으로 확보하는 거죠.

그럼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버리면 될까요. 일단 종량제 봉투에는 절대 버리면 안 됩니다. 그냥 땅에 매립하면 자원 재활용도 어렵지만 폐스마트폰 내 수은과 납 같은 유독 성분이 토양에 스며들어 지하수가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죠.

나눔폰, 무료 수거에 탄소 포인트까지

정보 유출 걱정 없이 안전하게 재활용하는 방법, 한국전자제품순환공제조합(KERC)이 운영하는 나눔폰 서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KERC는 환경부·전자제품 제조회사·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만든 비영리법인인데요. 이곳의 재활용 시설인 '수도권자원순환센터' 나눔폰 담당자 앞으로 폐스마트폰을 착불 택배로 보내면 끝입니다. 파쇄와 재활용, 기부는 KERC가 알아서 합니다. 폐스마트폰 1대를 기부하면 탄소중립포인트 1,000포인트도 받을 수 있죠.

경기 용인시 수도권자원순환센터에 집결된 폐스마트폰들은 본체, 배터리, 액세서리 부품으로 분류하는 1차 과정을 거칩니다. 이후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완전 파쇄 뒤 철과 구리 등 재질별로 선별되고, 정제 과정을 통해 다시 쓸 수 있는 자원으로 재탄생합니다. KERC 2021년 운영보고에 따르면 폐스마트폰 총 52톤이 수거됐고 재자원화 수익금 2억 원 전액이 기부됐습니다.

택배 대신 우리 동네 민팃ATM을 이용해도 됩니다. 중고폰 거래 플랫폼인 민팃ATM은 대형마트, 통신사 대리점 등 전국 5,600여 곳에 설치돼 있는데요. 이 기기를 통해 중고폰 판매나 기부가 가능합니다. 수거된 물품 중 재사용할 만한 것은 수리를 거쳐 중고폰으로 판매되고, 회생이 안 되는 경우에는 역시 수도권자원순환센터로 향합니다.

연 5000만 톤 전자 폐기물, 20%만 재활용

국제적으로도 폐스마트폰을 비롯해 노트북, 태블릿, 서버 등 '전기·전자 폐기물(E-waste)'을 수거하고 재사용·활용하는 일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유엔은 2019년 'E-waste' 보고서를 펴내 "전 세계에서 매년 5,000만 톤의 전기·전자 폐기물이 배출되지만 이 중 20%만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재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원 소모와 폐기를 최소화하는 '순환 경제 모델' 구축을 위해 기업과 국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지요.

SK에코플랜트 산하 테스(TES)처럼 E-waste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테스는 전 세계 46곳에 재활용 시설이 있는데요. 재사용이 가능한 IT기기는 수리와 정비를 한 후 블랑코라는 데이터 삭제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보 폐기'까지 마친 뒤 재판매합니다. '회생 불가' 판정을 내린 기기는 플라스틱, 인쇄회로기판(PCB), 배터리, 액정표시장치(LCD), 철 등 재질별로 분류해 재활용하고요.

효율적인 재활용을 위한 설비 자동화도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테스 관계자는 "현재 재질 분류는 수작업 위주로 진행 중이지만 순차적으로 자동화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애플 같은 기업은 아이폰 9종을 전담해 분해할 수 있는 '재활용 로봇'을 만들어 재자원화를 하고 있습니다.

비영리단체 전자·전기폐기물포럼(WEEE Forum)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사용된 휴대폰 160억 대 중 53억 대는 버려지거나 방치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한 대당 두께를 9㎜로 가정하면 전부 쌓았을 때 5㎞에 달하는 규모죠. 또한 그린피스 독일 사무소는 스마트폰 한 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약 89.1㎏, 배송 과정에서 4.4㎏ 배출된다고 밝혔는데요.

결국 ①쓸모를 다한 스마트폰은 방치하기보다 재활용하고 ②애초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깨끗하게 쓰고 ③한 제품을 오래오래 사용하는 것이 환경에 좋겠습니다.

최나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