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사태를 다루려던 지난주 국회의 모습은 씁쓸한 블랙코미디 한 장면이나 다름없었다. 현안질의가 예정된 25일 국회 여성가족위 전체회의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증인출석 명단에 이견을 보이면서 전날 밤 국민의힘은 불참을 예고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없더라도 회의를 열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오전 개의시간을 넘기고도 김 장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장관이 국회 본관에 대기 중’이란 소식이 퍼지자 야당은 국무위원 대기실로 달려가 수색전을 펼쳤고, 의원들 간 고성이 오고 갔다. 민주당 의원들이 화장실로 피신한 여가부 대변인을 쫓아가 장관의 위치를 뒤지는 ‘숨바꼭질’ 소동이 이어졌다.
여야 간 의사일정 시비는 차치하고, 장관이 대의기관에 나와 숨는 건 국민에게 염치없는 일이다. 잼버리는 6년간 행사준비에 1,171억 원이 투입되고도 국격을 훼손한 과오를 남겼다. 전 사회적 협조 속에 국제행사를 수습한 뒤 주무부서 책임자이자 공동조직위원장이 국민 앞에 서는 게 이토록 어려워야 하나. 게다가 이날 회의는 법안상정과 결산 심사도 예정돼 있어, 장관 불출석은 국회 무시와 다르지 않다. 기행을 벌인 김 장관은 하루 뒤 "여야 합의 시 출석하겠다"고 책임을 국회로 미뤘는데, 그렇다면 잼버리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도 하지 않고 침묵하는 이유 역시 국회 때문인가.
김 장관은 잼버리 당시 한덕수 총리로부터 현장을 지키라는 지시를 받고도 무시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대회가 열린 1일부터 태풍으로 조기철수한 8일까지 단 하루도 현장에서 숙영하지 않고 에어컨·샤워부스·화장실이 갖춰진 외부 국립공원 숙소에 공짜로 묵은 것이다.
현 정부에서 책임지지 않는 공직자들의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 159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 때 안전관리 주무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책임질 일에 대해선 피하지 않고 책임지는 것도 정부가 국민에게 보여줄 국정 역량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