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명칭은 '처리수') 방류로 중국 내 반일 감정이 급격히 불붙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일본산 수산물 금수 조치와는 별개로, 중국인들 스스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서고 일본 여행도 취소하는 등 민간 부문의 '노 재팬(No Japan) 운동'으로 번질 기세다. 일본 정부는 중국 내 자국민들에게 '일본어 사용 자제'를 권고하며 우발적 사태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는 등 예상 밖 거센 반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27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소비자들이 핵으로 오염된 폐수를 (24일부터) 방류한 일본의 이기적 행위에 따라, 화장품 등 일본 제품에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샤오홍슈 등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SK-II, DHC 등 31개 일본 화장품 브랜드를 망라한 목록이 공유되고 있다. 후지, 코니카, 파나소닉 등 일본 전자·가전 제품을 대체하는 중국 브랜드 소개 게시물도 올라왔다.
글로벌타임스는 "일본 화장품 수입 규모 감소 가능성이 커졌다"며 "유럽 등 다른 국가 화장품 브랜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11월 중국의 일본 화장품 수입액은 41억6,000만 달러로, 국가별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일본산 화장품을 보이콧해도, 유럽산 제품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한 셈이다.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도 감지된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중국의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수일간 일본 단체 여행 취소 요청이 연달아 접수됐다"며 "국경절(10월 1일) 연휴 기간 일본 여행을 하려던 고객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씨트립 등 중국 온라인 여행플랫폼 웹사이트에서도 일본 관광 상품 홍보물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
24일 중국 정부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조치 이후, 시중에서 중국산 해산물 판매량은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핀둬둬에서 중국산 조기 등 바다생선 판매는 오염수 방류 전보다 148% 증가했다. 중국산 새우와 해삼도 각각 130%, 118% 판매량이 늘어났다.
일부 중국인은 직접 일본에 항의 전화도 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7일 "(중국 국제전화 번호인) '86'으로 시작하는 항의 전화가 후쿠시마 당국은 물론, 음식점과 학교, 심지어 의료기관에도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음식점 주인은 "중국발(發) 전화가 24일부터 사흘간 40∼50건 있었다”며 "(그들은) '모시모시'(여보세요) 등 일본어로 말을 뗀 뒤, 중국어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26일 중국 체류 중인 자국민들에게 "외출 시 언행을 신중히 하고, 일본어로 크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26일 개최 예정이었던 일본인 피아니스트 연주 행사도 취소했다.
특히 외교적 대화도 당분간 힘들 전망이다. 당초 일본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28일 중국을 방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친서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달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중국 측이 "현재 직면한 중일 간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전달했고, 이에 따라 야마구치 대표의 방중 일정도 연기됐다.
일본 내에선 '중국 반발 강도를 예상 못 하고 안이하게 접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와시마 신 도쿄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중국은 대만 문제 등에서 일본이 보여준 행동 때문에 제재를 가할 타이밍을 노렸을 텐데 오염수 문제가 '방아쇠'가 됐다"며 "일본은 '(오염수 방류에) 반발하는 건 중국뿐'이라고 자만했던 게 아닐까 싶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나 도쿄 전력이 세계에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