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진의 늪에 빠진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내년부터 차츰 나아질 것으로 한국은행이 진단했다. 다만 중국 성장이 둔화하면 그마저도 늦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조사국은 25일 공개한 ‘글로벌 제조업 경기 평가 및 우리 경제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글로벌 제조업은 당분간 부진을 이어가겠으나, 내년 이후에는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 마무리, 재화소비 정상화, 재고확보 재개 등으로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 흐름이 재화 소비를 억누르는 효과가 약해지고, 재고 감소도 충분히 진행되면 기업이 다시 제조업 생산을 늘려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얘기다.
최근 글로벌 제조업 경기 부진은 이전 하강기와 다르게 ①서비스 경기와 격차가 이례적으로 크고 ②기간이 긴 데다 ③국가나 업종별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글로벌 통화 긴축 여파로 재화 소비가 둔화한 가운데 코로나19 방역 완화 이후 가계 수요는 여행 등 서비스 부문에 집중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과거 글로벌 제조업 성장을 견인해온 중국 경제가 예전만 못한 점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파급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최근엔 부동산 침체와 대외 수요 둔화 등으로 성장세가 더 약해져 제조업 경기 개선을 발목 잡는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 투자가 1% 감소할 경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은 2년 후 약 0.06% 줄고, 한국은 0.09% 감소한다”는 게 한은 실증 분석 결과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 부양책은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겠지만, 앞으로 중국 성장동력이 투자에서 소비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친환경 전환이 글로벌 제조업 지형과 교역구조 변화에 영향을 준다면서 “한국도 수출시장 다변화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친환경 전환을 가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