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 '공영방송 대수술' 초읽기

입력
2023.08.2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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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공영방송 정상화 적임자" 야 "정권찬양 방송 속내"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임명했다. 이 위원장은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영방송에 대한 대대적 수술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렸던 야권과 언론단체 등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위원장과 방기선 신임 국무조정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16번째 장관급 인사다. 여야는 청문보고서 채택기한인 지난 21일까지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24일까지 청문보고서를 재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지만, 야당이 응하지 않으면서 이날 곧바로 임명을 강행했다.

이 위원장은 곧장 '공영방송의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대대적인 손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지명 직후 "한국에도 BBC 인터내셔널이나 일본의 NHK 국제방송같이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한다"고 대수술을 예고한 바 있다.

'가짜뉴스' '편향보도'에 대한 대응도 예고했다. 이 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짜뉴스 확산, 포털 알고리즘의 편향성 등 새로운 형태의 피해로부터 이용자 보호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며 강조했다. 야당에선 정권 입맛에 맞는 뉴스와 그렇지 않은 뉴스를 갈라 언론의 비판·견제 기능을 약화시켜 '언론 길들이기'에 돌입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정부는) 왼쪽으로 기울어진 방송 지형을 오른쪽으로 기울이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똑바로 평평한 곳에서 공정하게 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태도"라고 말했다.


여 "공영방송 정상화 적임자" 야 "정권찬양 방송 속내"

여야는 이 위원장 임명에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위원장이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해 편향된 공영방송을 정상화할 적임자"라며 "흔들림 없이 국민이 부여한 임무를 신속하게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동관 후보 임명으로 공정한 방송 대신 정권을 찬양하는 방송과 언론을 만들고 싶었던 윤 대통령의 속내가 들통났다"고 비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국회 기자회견에서 "방송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고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과 언론 자유를 위해 바친 수많은 희생이 윤 대통령과 이동관 씨 앞에서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며 "이동관 방통위원장 체제에서 벌어질 방송 장악과 언론 탄압은 모두 윤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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