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멍든 채 숨진 초등생 계모...1심서 살인 무죄, 학대치사로 징역 17년

입력
2023.08.25 15:35
재판부 "살인 고의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친부는 징역 3년, "방임 행위 죄책 무거워"
"아이의 몸이 증거"… 방청객선 거센 항의

초등학생 의붓아들을 때리고 16시간가량 의자에 묶어놓은 등 상습 학대해 숨지게 한 40대 계모의 살인죄에 대해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제기한 증거만으론 살인의 고의나 미필적 고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류호중)는 25일 구속 기소된 계모 A(43)씨의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아동학대치사죄 등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또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친부 B(40)씨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4일 결심 공판에서 A, B씨에게 각각 사형과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피고인 A씨의 범행 수법이 잔혹했다”며 “권고 형량은 2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무기징역이지만 사실관계가 유사한 ‘정인이 사건’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1개월간 의붓아들 C(12)군이 친모(남편의 전처)를 닮았거나,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 등으로 50차례 신체ㆍ정서적으로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친부인 B씨도 아들을 학대하고, A씨 학대를 알고도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4월 유산 책임을 C군에게 돌리며 본격 학대를 시작했다. 올해 1월 말 C군이 입에 화상을 입어 음식을 먹지 못하는 등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학대 강도를 높였다. 물건을 훔쳤다는 이유로 알루미늄 봉으로 때리고, 16시간 동안 책상 의자에 수건과 커튼 끈으로 묶어놨다. 자신의 팔을 붙잡고 사과하는 C군을 양손으로 밀쳤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C군은 결국 숨졌다. 사인은 내부 출혈로 인한 쇼크였다. 성장기인 C군은 장기간 학대와 방임으로 몸무게가 38㎏에서 사망 직전 29.5㎏으로 8.5kg이나 감소했다.

검찰이 법정에서 공개한 부검 사진엔 C군의 팔과 다리, 몸통 등 온몸에 멍이 든 모습이 담겼다. 뾰족한 물체에 찔린 듯한 상처와 입안 곳곳에선 화상 흔적이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은 법정에서 “(외력에 의한) 손상이 쌓여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도 피고인 A씨가 피해자를 자신의 분노 표출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 측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했다거나 살인의 고의가 미필적으로라도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친부 B씨에 대해선 “직접 가한 학대행위가 많다고 보이지 않으나 방임 행위는 죄책이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 판결이 나오자 법정을 가득 채운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은 “잘못됐다” “(재판부는) 부끄럽지 않으세요”라고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일부 회원들은 “아이(피해자)의 몸이 증거”라며 오열했다. C씨의 친모(34)는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라며 "어떻게 해야 살인죄가 인정되느냐”고 눈물을 흘렸다.

앞서 구치소 수감 중 출산한 아이를 데리고 공판에 출석했던 A씨는 이날도 아이를 안은 채 법정에 나왔고, 선고 후엔 눈물을 흘렸다. 임신한 상태에서 구속 기소된 A씨는 4월 13일 첫 재판 당시 변호인을 통해 “5월 20일 출산이 예정돼 있다”며 기일 연기를 요청한 바 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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