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현수막 금지기간을 선거일 180일 전에서 120일 전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려는 취지다. 이로써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법을 보완하지 못해 지난 1일부터 초래된 입법 공백을 뒤늦게 해소했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은 선거운동을 위한 유인물 배포 금지 기간도 선거일 120일 전으로 줄였다. 내년 4월 총선에 적용하면, 기존에는 올 10월부터 선거 현수막을 내걸 수 없었지만 개정안 통과에 따라 금지기간이 12월로 두 달 늦춰졌다.
앞서 헌재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현수막과 그 밖의 광고물 설치' '벽보 게시와 인쇄물 배부·게시' 등을 금지하는 선거법 조항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보고, 이 기간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지난달 31일까지 법을 개정했어야 했지만, 여야 이견으로 법 통과가 지연되며 입법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 규제하는 법이 없다보니 오는 10월 구청장 보궐선거가 열리는 강서구에는 각종 선거 현수막이 난립해왔다. 개정안이 공포되면 강서구에서 선거 관련 현수막은 철거해야 한다.
유권자의 집회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도 완화된다.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모임은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 및 참가 인원이 25명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금지된다. 전면 금지됐던 개정 전과 달리, 향우회나 종친회 등이 아니라면 25명보다 적은 인원의 집회·모임이 가능해진 셈이다.
다만 선거운동을 위한 집회나 모임은 여전히 모두 금지된다. 법안 통과가 늦어진 건 '25명' 기준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인 탓이다.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30명을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국민의힘은 "30명 기준이 모호하다"며 반대했다. 이후 줄다리기가 계속되다 여야는 이날 25명으로 막판 합의했다.
아울러 선거기간 일반 유권자도 본인 부담으로 소형 소품을 제작·구입해 몸에 붙이거나 지니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일반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여름 수해를 겪으며 여야가 앞다퉈 발의한 도시하천유역침수피해방지대책법안 등 41건의 안건도 가결됐다. 이 법안은 환경부 장관이 10년 단위의 특정도시하천 침수피해방지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특정도시하천은 통상적 홍수관리대책으론 피해예방이 곤란한 하천을 뜻한다. 또 환경부 장관이 물 재해 정보의 수집·전파, 상황관리 등 업무를 수행하는 물 재해 종합상황실 및 도시침수예보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논란이 됐던 8월 임시회 회기는 25일로 조기 종료된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의 본회의 표결을 막으려는 더불어민주당 주장이 반영된 결과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없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도록, 검찰이 비회기 기간 중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9월 1일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만큼 8월 임시회를 조기에 종료해 비회기 기간을 두도록 한 것이다. 다만 검찰이 오는 30일 이 대표 소환을 통보한 터라, 이후 영장 청구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바람대로 8월에 검찰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