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은 진실을 알리고 있나?

입력
202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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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이란, ‘일반 공중(公衆)이 흥미를 느끼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최근 사건들에 대한 정보를 생산하고 분배하는 업무 또는 실천’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최근 사건들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방송사, 신문사, 통신사를 통해 생산ㆍ분배됐으나, 근래에는 포털사이트를 포함한 다양한 온라인 미디어와 케이블 텔레비전 위성방송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 등도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제공되는 정보가 ‘진실하고 믿을 만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저널리즘의 핵심이 진실을 밝히고 그것을 전달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과연 그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용어일수록 그 의미가 다양하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사랑이나 우정이라는 용어는 누구나 자주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그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저널리즘의 핵심인 진실도 그러한 용어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학자들에 따르면, 저널리즘의 역사에서 진실에 대한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18세기 미국의 독립 시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유행한 정파 저널리즘 또는 정당 언론에서 주장한 내용인데, ‘진실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러한 이유로 언론은 다양한 해석을 모두 제공하기보다는 하나의 견해와 입장을 견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존 피터 젱어(John Peter Zenger)를 편집인으로 둔 ‘뉴욕위클리저널’(1733~1751)이라는 신문이 대표적인데, 미국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국 식민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위주로 보도했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단 하나의 입장을 견지하는 데 주력했다.

반면 제임스 리빙톤(James Rivington)이라는 언론인은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흔히 객관 저널리즘이라고 부르는 관점인데, 언론이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띠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임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다양한 입장을 동시에 보도하고, 상반되는 입장에 대한 정보를 균형 있게 제공하는 것을 중시했다.

정파 저널리즘은 18세기까지 미국에서 주류를 이루다가 20세기에 들어서서 약화됐으며 객관 저널리즘은 18세기부터 존재했으나 20세기 들어서서 부상했다. 전통적 정파 저널리즘과 객관 저널리즘은 진실을 전달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최소한 진실이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저널리즘 상황을 보면, 부정적 형태의 정파 저널리즘이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대중화됨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언론사가 수많은 정보를 제공하게 됐고, 이를 모두 받아들일 수 없게 된 일반인들은 포털이나 동영상 플랫폼이 골라주는 정보에만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알고리즘’이라고 불리는 특정한 방식에 따라 제공되는 정보에 노출되는 경우, 여러 언론으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우호적이라고 느끼는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만 편식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는 쪽에서 마치 자신들이 진실을 독점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오직 나만이 진실을 알고 정의의 편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역사의 비극이 잉태되는 것은 아닐까?


김옥태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