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되면 내 딸 떠나듯...푸바오도 행복 찾아가는 게 당연하죠"

입력
2023.08.25 04:30
24면
'강바오' 강철원 에버랜드 동물원 사육사 
"푸바오 쌍둥이 동생, 아이바오와 공동육아 중"
"내년 초 푸바오 중국으로...판다의 행복 찾아가는 것"



푸바오! 시원해? 푸바오는 MZ세대라 얼음에서도 재미있게 노는구나? 아빠(러바오)는 얼음을 보고만 있는데.
강철원 에버랜드 동물원 사육사


24일 오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의 판다월드에서 '강바오' 강철원(54) 사육사는 놀이터에 마련한 얼음 평상 위에 철퍼덕 드러누워 몸을 비벼대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에게 연신 말을 걸었다. 이날 강 사육사는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난 러바오와 푸바오를 위해 얼린 놀잇감 한 상 세트를 선물했다. 사육사의 장화를 특히 좋아하는 푸바오를 위해서는 특별히 실물 크기 장화 모양으로 얼린 얼음에 대나무 잎을 넣었다. 당근과 워토우(판다용 건강 빵), 얼린 대나무 잎을 먹어치운 푸바오는 얼음 평상 위를 뒹굴었고 이 모습을 놓치기 싫은 관람객들은 앞으로 달려나왔다. 한쪽에서 강 사육사는 관람객의 요청을 받고 사인해 주며 높은 인기를 실감했다.



강 사육사 "34년 사육사 인생에 방점을 찍은 판다"


1988년 에버랜드의 전신 자연농원에서 사육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34년 경력으로 국내 최고 판다 전문 사육사로 평가받는다. 1994년 국내에 처음으로 온 판다 밍밍과 리리(1998년 외환위기로 중국 귀환)를 담당한 것도 그였고 2016년에는 러바오와 아이바오(푸바오 엄마)를 중국에서 직접 데려왔다. 2020년 7월에 푸바오가 태어나면서 국내 첫 판다 자연 번식을 성공시킨 사육사가 됐다.

강 사육사는 "사육사 생활의 방점을 찍은 동물이 판다가 아닌가 싶다"며 "내가 판다를 돌보지만 사실 (판다들이) 더 많은 즐거움을 줬다"고 말했다. 지난달 푸바오의 쌍둥이 여동생들이 태어나면서 강 사육사는 더 많이 바빠졌다. 야생에서는 엄마 판다가 두 마리를 키우기가 쉽지 않지만 판다월드에서는 세 명의 전담 사육사들이 돌아가며 아이바오와 한 마리씩 나눠 공동 육아를 진행 중이다. 강 사육사는 "한 마리는 인큐베이터에서 다른 한 마리는 아이바오가 육아를 하는데 판다는 꼭 초유를 먹어야 해서 5~10일에 한 번씩 바꿔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쌍둥이 판다들은 생후 4개월이 되면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걸음마를 시작하고 5, 6개월에 엄마와 함께 지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에버랜드는 이날 쌍둥이 판다의 이름을 공모한다고 알렸다. 마지막에 뽑힌 이름은 백일 즈음이 되는 10월 중순 공개될 예정이다.



내년 초 중국 가는 푸바오... "똘똘해서 적응 잘할 것"


강 사육사는 "아이바오는 푸바오를 낳을 때와 비교하면 (이번에) 출산 진통도 짧았고 더 여유있게 판다들을 돌보고 있다"며 "교감이 잘 되다 보니 제가 들어가면 먹이를 먹고 아이를 돌볼 때도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 아이바오와 강 사육사의 친밀감은 딸 푸바오와 교감으로도 대를 이었고 그가 '판다 할아버지'로 불리는 계기가 됐다. 2020년 7월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푸바오는 떠남이 예고된 올해 오히려 역주행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4월 미국의 판다가 중국으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푸바오의 중국행도 큰 이슈로 떠올랐다. 더불어 강 사육사와 교감하는 푸바오의 귀여운 모습이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에버랜드 측은 "6월 판다월드 방문객이 두 달 전보다 두 배 늘었다"며 "에버랜드 방문 목적 설문 조사에서 판다를 보러왔다는 응답도 8% 수준에서 지금은 30%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푸바오는 내년 초 고향 에버랜드를 떠나 중국으로 향한다. 멸종 위기종인 판다의 개체수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이날 에버랜드 측은 지난달 푸바오가 만 3세가 되자 중국과 푸바오의 중국행 시점을 두고 협의를 시작했다고 알렸다. 러바오·아이바오가 한국에 온 시점인 3월, 무더위(5~7월)를 감안하면 2~4월 사이가 유력하다.

푸바오의 팬들은 푸바오를 떠나보내기 힘들어하지만 강 사육사는 오히려 푸바오의 중국행을 응원한다. "제가 딸이 둘인데 딸들도 때가 되면 집을 나가 자신의 가족을 이루고 자기 생활을 만들어 나갈 거잖아요. 판다 입장에서는 짝을 만나 종의 특성에 따라 사는 게 판다의 행복 아닐까요. 우리 푸바오가 똘똘하니 중국에서도 적응을 아주 잘할 겁니다."


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