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선의 막이 23일(현지시간) 올랐다. 공화당 주요 후보자 8명은 첫 토론에서 민주당 정권인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ㆍ국경 정책, 임신중지(낙태) 권한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이슈를 두고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다만 당내 후보 경쟁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참하는 바람에 다소 맥이 빠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위스콘신주(州) 밀워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 공화당 후보 토론회 초반 눈길을 끈 사람은 38세의 인도계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였다.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해 일부 여론조사에서 2위까지 기록한 라마스와미 후보는 다른 경쟁자들을 때 묻은 정치인이라고 공격했다. "슈퍼팩(Super PACㆍ정치자금 기부 단체)의 꼭두각시", "매수되고 돈을 받았다" 등의 거친 표현도 사용했다. 이에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그를 ‘정치 초보’로 몰아붙였다.
안정적 2위를 달리다 10%대 후반 지지율로 주춤하고 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했다.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 소장의 조언에 따라 미국을 폐쇄했다며 “(트럼프) 당신은 파우치를 데려와 앉힌 뒤 ‘앤서니, 당신은 해고야’라고 말했어야 했다”라고 공박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또 ‘급진 좌파’, ‘딥스테이트(Deep Stateㆍ트럼프 등이 주장하는 국가 내 비밀 국정 좌우 집단)’ 등의 극우층 표현을 쓰고, 멕시코 국경 너머 특수부대를 파견해 마약 카르텔을 척결하겠다고 하는 등 ‘리틀 트럼프’로 자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아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펜스 전 부통령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2021년 1ㆍ6 의회 폭동 사태 당시) 헌법보다 자신을 우선시하도록 잘못 요청했다”(펜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헌법의 ‘내란 조항’에 따라 자격을 박탈당했다”(허친슨)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반면 라마스와미 후보는 ‘트럼프 사면’을 주장하는 등 그를 가장 옹호했다. 또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헤일리 전 대사로부터 “당신은 동맹을 버리고 살인자(러시아)를 선택했다”는 공박을 당하기도 했다.
토론에는 유일한 흑인 후보인 팀 스콧 상원의원, 노스다코타 출신 더그 버검 전 주지사 등도 참여했다.
토론회에 불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 출신 터커 칼슨 전 앵커와 사전 녹화한 인터뷰를 토론회 시간에 맞춰 공개했다. 토론회에 직접 나가 봤자 8명의 다른 후보가 그를 집중 공격하며 흠집 내기만 시도할 게 뻔했기 때문에 ‘1위 몸조심’ 전략으로 나선 것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24일 또 한 번의 ‘사법 리스크’를 돌파해야 한다. 그는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구치소에서 2020년 조지아주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기소 관련 체포,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 촬영 등의 절차를 밟는다. 그는 “내일 오후 조지아에서 자랑스럽게 체포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지지층 결집도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