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동료들은 여성 홈리스가 너무 보이지 않는다고 곧잘 말하곤 했다.”
서울역 일대의 거리 홈리스를 만나러 순찰하는 한 ‘아웃리치’ 활동가의 말이다. 그러나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다르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홈리스 1만4,404명 가운데 여성은 3,344명(23.2%). 결코 작지 않은 숫자다. 그렇다면 여성 홈리스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홈리스행동·빈곤사회연대 활동가들과 홈리스야학 교사들로 이뤄진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이 2년간 여성 홈리스 7명을 만나 이들이 숨어 살아야만 했던 이유를 짚어냈다.
이들에 따르면, 남성 비율이 높은 홈리스 공동체에서 여성 홈리스는 하룻밤 안전하게 잘 곳을 찾는 것부터 고역이다. “밤에 자야 하는데 떠들고 술 마셔서 좀 작게 말하라고 하니까 ‘이 xx년이’ 하면서 막 때려.” “자고 있으면 손을 덥석 잡기도 해. 발목이나 팔을 만지기도 하고.” 상시적으로 성추행과 성폭력, 폭언 위협을 받는 여성 홈리스들의 생생한 증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결국 이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은 패스트푸드점 같은 유료시설이나 장애인 화장실, 혹은 우산이나 머플러로 몸을 꽁꽁 숨긴 '셀프' 피난처가 전부다.
가정폭력으로 인해 노숙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여성 홈리스는 정신질환 유병율도 42.1%로 남성(15.8%)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 때문에 인터뷰가 어려웠던 기록팀은 다양한 시도를 더했다. 여성 홈리스 당사자 김진희씨가 딸에게 쓴 편지를 실었고, 정신질환으로 전쟁과 군인에 대한 공포가 생긴 가혜씨의 발언들을 대화 내용에서 지우지 않고 남겼다. ‘IMF 사태 때 가정을 잃은 남성 가장’으로만 대표됐던 국내 홈리스 역사에서 이들의 이야기가 이제야 조명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