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다음 아이들 세대는 어떡해요?"...'오염수 걱정' 초등생 편지 화제

입력
2023.08.24 08:32
MBC 라디오에 소개된 초3 편지
"미래 정말 끔찍...환경 중요해"
"대통령님, 허락 안 할 줄 알아"
누리꾼 "미안하고 부끄럽다"


"제가 어른이 되면 고래를 사진으로만 볼지도 몰라요. 다음 아이들 세대는 어떡해요?"

초등학교 3학년생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써 화제다.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은 23일 이율하(10)양의 아버지가 이 방송에 보낸 이양의 편지를 소개했다. 이양의 아버지는 "얼마 전 딸아이와 일본 오염수 방류에 관한 뉴스를 같이 보게 되었는데 오염수가 무엇인지 물어 최대한 객관적으로 설명해줬다"며 "딸은 어느 때보다 표정이 심각하고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밥을 먹다가도 '우리 소금 이제 못 먹어? 생선, 미역, 조개 다 어떡해? 바다에 사는 고래, 물개, 돌고래가 아프면 어떡해?' 등 걱정하고 또 걱정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던 오늘 아침 출근길에 딸이 대뜸 이 편지를 들이밀며 '아빠, 대통령님께 이 편지 좀 전해줄래'라고 했다. 읽어보고 이 편지를 무조건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딸이 지난 7일 쓴 편지를 전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편지에서 이양은 "저는 무엇보다 해물과 시원한 계곡, 바다도 정말 좋아하는 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오염수 방류를) 대통령님이 허락을 안 하셨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허락을 하셨더라고요. 저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습니다"라며 방류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을 전했다.

이양은 "생물체에게는 환경과 생태계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환경이 이렇게 안 좋아졌는데 다음 아이들 세대는 어떡해요? 전 그 생각에 매일 밤 잠이 별로 오지 않아요"라고 썼다.

이양은 또 "대통령님 제가 만약 미래를 본다면 미래는 정말 끔찍할 것 같아요"라며 "바다는 전 세계 공공장소잖아요. 공공장소는 함께 쓰는 거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끝으로 "지구를 건강하고 행복한 지구를 만듭시다. 이건 인간들이 잘못한 거예요. 윤석열 대통령님이 당장 생각이 바뀌셨으면 좋겠어요"라며 편지를 맺었다.

편지를 접한 누리꾼들은 "눈물이 난다"는 반응이 많았다. 누리꾼들은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부끄럽다" "정말 마음이 많이 아프다. 우리 후손들에게 이 상황을 어찌 말해야 하나" "수산물을 좋아하는 우리집 초등학생도 오늘 분노했다" 등의 글을 남겼다. 한 누리꾼은 "이 아이의 편지를 유엔과 국제환경보호기관에 보내 전 세계와 공유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율하 어린이가 대통령에게 쓴 편지 전문>
윤석열 대통령님께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저는 이율하라고 합니다. 바다에 오염수를 푼다고 하셔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얼마 전에 치킨집에 가서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이 사연이 나왔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해물과 시원한 계곡을 좋아합니다. 바다도 정말 좋아하는 아이예요. 그런데 대통령님이 허락을 안 하셨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허락을 하셨더라고요. 저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습니다. 인간, 아니 생물체에게는 환경과 생태계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환경이 이렇게 안 좋아졌는데 다음 아이들 세대는 어떡해요? 전 그 생각에 매일 밤 잠이 별로 오지 않아요. 제가 어른이 되면 고래를 사진으로만 볼지도 몰라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금입니다. 전 소금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대통령님 제가 만약 미래를 본다면 미래는 정말 끔찍할 것 같아요. 세상이 이렇게 편해진 건 우리가 이렇게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만들었으니 환경도 우리가 책임져야겠죠. 우리가 편하면 뭐해요. 지구가 힘든데. 바다는 전 세계 공공장소잖아요. 공공장소는 함께 쓰는 거 아닌가요? 지구를 건강하고 행복한 지구를 만듭시다. 이건 인간들이 잘못한 거예요. 윤석열 대통령님이 당장 생각이 바뀌셨으면 좋겠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환경과 지구를 사랑하는 이율하 올림.


남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