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은 어떻게 힙스터와 세입자, 젊은이들의 성지가 되었나

입력
2023.08.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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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반란의 도시, 베를린'

'나는 최근 베를린에 간 적이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힙스터 테스트'의 한 문항. 테크노 음악의 본고장으로, 파티 피플과 유명 DJ, 젊은 예술인들이 몰려드는 독일 베를린은 전 세계 힙스터의 성지가 된 지 오래다.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전 베를린 시장은 2003년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라고 했다. 도시 곳곳에 아로새겨진 '자유'와 '분방' '저항'의 정신, 이민자와 난민 등 타자를 배척하지 않는 다문화와 개방 지향성, 주거권을 위해 연대하고 투쟁한 집단 경험에서 비롯한 '거주하는 사람들'의 철학. 이것이 바로 "도시가 스스로를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하면서 도시의 상품화에 저항"하면서 자아낸 '가난하지만 섹시한 아름다움'이다.

새로운 쇼핑몰을 건설하려고 해도 기존 마을 안에서만 가능하다. 외곽에 건설돼 걸어서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마을 상권이 붕괴되면, 주민들(특히 노인들)의 삶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부활절 등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야 상점의 일요일 영업은 법으로 금지된다. 베를린은 주민들이 살아야 할 공간이 초단기 임차인에게 훼손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에어비앤비를 규제한다. 집을 구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집주인이 자기 소유의 집을 오랫동안 빈집으로 방치해 두는 것도 법률적 논쟁 주제가 된다.

도시법 연구자 이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쓴 책 '반란의 도시, 베를린'은 자연스럽게 '착취도시, 서울'의 반면교사가 돼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출근길 시민들이 연대는커녕 불편을 토로하고, '전세 사기' '월세 난민' 신세를 피하기 위해 모든 생애를 저당잡혀 '50년 영끌족' 행렬에 동참하는 이 도시는 과연 지속가능할까.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