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도 놀랄 '17대1 일진 응징' 교복 소녀

입력
2023.08.24 04:30
23면
'무빙' '환혼' 시리즈서 활약한 액션 연기 유망주 고윤정
진흙탕 싸움 대역 없이 연기... 체대 준비 고3역 위해 학원 4~5개월 다녀


"야, 나와".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에서 고3인 희수(고윤정)는 교실에서 친구의 머리에 물을 쏟으며 괴롭히는 일진 무리를 향해 이렇게 말한 뒤 학교 소각장으로 향했다. 그가 상대해야 하는 불량 학생은 17명. 여러 명에게 머리채를 잡아 뜯기고 발로 차이면서도 희수는 일진의 우두머리를 향해 끝까지 달려들었다. 영화 '비트'(1997)에서 "17대 1로 붙었다"고 건들거리며 허언만 늘어놨던 고등학생 환규(임창정)와 달리 희수는 이 싸움에 '진심'이다.

희수의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 주는 3분 30여 초 분량의 이 싸움 장면을 고윤정(27)은 대역 없이 연기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반팔 교복과 치마를 입고 진흙탕에서 싸우는 장면을 찍다 보니 팔과 다리 여러 곳이 까졌지만 대본 받고 가장 기대했던 촬영"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같은 반 친구가 괴롭힘을 당한다 하더라도 현실에서라면 그렇게 무모한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그는 "'야, 나와'까지는 똑같이 할 것 같다"며 웃으며 말했다. 드라마에서 희수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해가 진 운동장에서 오래달리기를 하고 체육관에 가 공 던지기 연습을 반복한다.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고3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위해 그는 4~5개월 동안 체대 입시학원도 다녔다.

고윤정은 K콘텐츠 시장에서 주목받는 신예다. '무빙'에서 다쳐도 바로 회복되는 초능력을 지닌 여고생을 연기한 그는 무협 판타지 사극 '환혼' 시리즈(2022)에서 검과 무술 실력이 뛰어난 살수를 강렬하게 소화했다. 다섯 살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배운 발레와 그 뒤 1년 동안 따로 배운 피겨 스케이팅 등이 그가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몸을 쓰는 액션 연기의 밑거름이 됐다. 고윤정은 "승부욕이 세 학창 시절 멀리 뛰기 등을 하면 기록에 목숨 거는 스타일이었다"며 "액션 연기를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고운 외모와 달리 낮고 묵직한 목소리도 배우로서 반전의 무기가 됐다. 고윤정은 "'무빙' 오디션에서 희수 대사를 읽었는데 제 목소리 톤 때문에 ('무빙' 원작 웹툰과 드라마 각본을 맡은) 강풀 작가가 캐스팅을 적극 추천했다고 하더라"며 "털털해 보여 희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드라마 합류 뒷얘기를 들려줬다.

고윤정은 '환혼'을 찍을 때 특수효과 작업으로 초록색 배경의 스튜디오에서 꼬박 4박 5일을 촬영했다. 이런 참을성과 끈기는 미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미대 입시를 준비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습관이 어느새 습성이 돼 버렸다"고 했다. 2019년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으로 데뷔하기 전 미대생이었던 그는 모델 등 아르바이트를 해 스스로 연기 학원비를 벌어 배우의 꿈을 키웠다. 이정재가 연출한 영화 '헌트'(2022)에 출연해 스크린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그는 티빙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12월 공개를 앞두고 있다.

'무빙'에서처럼 초능력이 주어진다면 그는 어떤 능력을 갖고 싶을까. "희수처럼 다치지 않는 재생 능력이요. 와이어(줄) 없이 어디에서든 뛰어내리면서 실감 나게 액션 연기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하하".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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