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 등이 플랫폼업체 수수료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등 보호받지 못할수록 정부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3일 내놓은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설계' 보고서는 코로나19 등을 계기로 급증한 플랫폼 종사자를 향한 플랫폼 기업의 노동수요 독점력을 낮춰야 한다는 게 골자다. 플랫폼 기업은 노동수요 독점력이 강할수록 플랫폼 종사자가 일한 것보다 더 낮은 수수료를 책정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KDI는 대표적 플랫폼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조사를 통해 기업의 노동수요 독점력을 따져봤다. 최근 1년 배달 라이더를 경험한 사람 중 39.8%는 사용 플랫폼을 바꾸지 않은 '비이동자'였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에서 일한 배달 라이더 10명 중 4명은 다른 앱으로 갈아타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히 배달 라이더의 71%는 자신을 '개인사업자'가 아닌 '임금근로자'에 가깝다고 응답했다. 배달 라이더는 근무 시간, 대기 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 사업자성을 띄고 있긴 하나, 일반 회사-직장인 관계처럼 배달 앱의 통제도 강하게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배달 앱은 업무 수행 평가를 통해 배달 라이더의 일감을 제한하기도 한다.
KDI는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배달 앱의 높은 노동수요 독점력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플랫폼 기업의 노동수요 독점력 정도에 따라 정부 개입을 단계적으로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노동수요 독점력이 큰 기업에는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 관련 규제'를 적용하는 식이다.
보고서를 쓴 한요셉 연구위원은 "안전·보건 관련 규제, 재해 보상 등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기초적인 보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