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고윤정 "장난기 많은 류승룡, 첫 만남에 꽃다발 선물" [인터뷰]

입력
2023.08.27 19:20
'무빙' 고윤정, 류승룡과 부녀 호흡
"후배들이 보고 싶어 하는 선배 되고파"

배우 고윤정은 류승룡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상대는 유명한 연기자이자 존경하는 선배였다. 그를 어렵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긴장하고 있을 때 류승룡은 꽃다발을 내밀었고 고윤정은 그의 다정함을 느꼈다.

고윤정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고윤정은 씩씩하면서도 따뜻한 희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따뜻한 희수와 류승룡

고윤정과 희수의 첫 대면은 오디션 현장에서 이뤄졌다. 고윤정은 "대본을 오디션 때 바로 받았다. 보통 현장에서 리딩하는 게 어렵다. (말투가) 입에 안 붙어 있고 전사도, 표정도 모르지 않나. 그런데 희수는 나랑 성격도, 말투도 비슷해서 편하게 읽히더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자신과 희수에게 닮은 점이 많다고 느꼈다. 감정 표현에 서툴고 씩씩하면서 한 목표를 보고 오래 달려왔다는 게 고윤정이 떠올린 공통점이었다. 영상으로 구현된 '무빙'을 보면서는 희수가 자신보다 더욱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단다.

촬영 현장에서는 부녀 호흡을 맞춘 류승룡이 온기를 전했다. 고윤정은 "류승룡 선배님이 장난기가 많다. 액션도 많다 보니 다들 현장에서 지치고 예민해져 딱딱한 분위기일 때가 있다. 그때 선배님이 분위기를 띄우시고 내게 말도 걸어주셨다"고 했다. 류승룡 덕에 촬영을 내내 재밌게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류승룡은 첫 만남부터 따뜻한 모습을 보였다. "유명하신 배우분이고 존경하는 선배님이잖아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첫 만남 때 꽃다발을 준비해 주셨죠. '스윗하시구나' 싶었어요. 얘기도 많이 나누고 금방 친해졌습니다."

체대 입시 학원 다닌 고윤정

희수는 체대 입시생이다. 고윤정은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위해 체대 입시 학원에 다녔다. 그는 "시청자분들의 시선에서 진짜 입시생 같고 능숙해 보여야 하지 않나. 자세를 자연스럽게 잡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단다. 어떤 날에는 체대 입시 훈련 장면의 촬영이 몰려있었다. 체대 입시생 희수를 소화해낸 고윤정은 액션에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희수의 (순식간에 치유되는) 초능력이 갖고 싶다. 아픈 건 지나가지 않나. 희수처럼 된다면 조금 더 리얼하게 액션 신을 찍을 수 있을 듯하다"는 말로 열정을 드러냈다.

희수가 진흙탕에서 펼친 17:1 대결은 '무빙'의 명장면 중 하나다. 고윤정은 "바람이 부니까 몸에 있는 진흙들이 마르더라. 그렇게 되면 이전 컷과 연결이 안 되지 않나. 하얗게 변한 진흙에 물을 뿌리고 촬영하니 추웠다"고 했다. 이전에 맞췄던 액션 합을 그대로 소화할 수도 없었다. 미끄러운 진흙 바닥인 만큼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두의 노력 속에서 17:1 대결 장면은 완성도 높게 그려질 수 있었다.

고윤정의 목표

'무빙'에는 오랜 경력을 지닌 배우들이 함께했다. 류승범도 그중 한 명이다. 고윤정은 류승범의 촬영이 있을 때마다 항상 자신의 스케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류승범을 보고 싶은 팬심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무빙'을 보면서는 프랭크(류승범)가 등장할 때마다 극의 장르가 바뀌는 듯한 느낌에 감탄했단다. 고윤정은 "내가 류승범 선배님을 뵙고 싶어 했던 것처럼 언젠가 나도 후배들이 촬영장에 놀러 와서 보고 싶을 만큼 멋있는 선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안방극장에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고윤정은 사실 미술을 전공했다. 그는 자신이 연기가 아닌 미술을 전공했다는 사실이 부담감을 안기는 동시에 강점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고윤정은 "전공자가 아니니까 '내가 여기서 제일 못하겠지'라는 마음가짐으로 한다. 마음을 비우고 시작하니까 누군가한테 가르침을 받을 때 흡수가 빠르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목표는 '궁금함을 불러일으키는 배우'다.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고윤정의 눈은 반짝였다. "앞으로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계속 저를 궁금해 했으면 좋겠어요."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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