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코로나19 백신→독감 백신 "변신 가능한 건 국내 유일 세포배양 기술 덕"

입력
2023.08.24 12:00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북 안동시 L하우스 
국내 최대 백신 전문 R&PD센터
원액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40일


22일 찾은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생산시설 안동L하우스에선 국내 유일의 세포배양방식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산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첫 출하한 이 공장에서 독감백신을 만드는 건 2년 만이다.

L하우스가 보유한 총 9개의 원액 생산 스위트(생산시설) 중 이날 언론에 공개된 건 5번 스위트다.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을 만들던 시설을 개조했다.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만들던 9번 스위트도 독감백신에 맞게 탈바꿈했다. 이상균 공장장(부사장)은 "미세한 입자를 걸러내는 헤파필터 등을 모두 바꾸는 등 두 달 정도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 백신은 시판을 위한 최종 단계인 국가출하승인을 얻고 23일 출하됐다.



코로나19 백신에 내줬던 시설, 다시 독감백신 제조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고글을 쓰고 흰색 가운과 덧신까지 신고 들어선 L하우스 1층은 여느 이과대학 실험실 같았다. 책상과 선반 위에는 투명한 비커와 실린더 등 도구들이 즐비했다. 연결된 연구실 안으로 들어서자 시큼한 냄새가 났다. 납작한 접시처럼 생긴 50여 개 패트리 디시가 유리 선반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국민 다수가 접종할 독감백신은 이 작은 실험장비 안에 담긴 원액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준섭 품질관리(QC) 팀장은 "모든 공정에 적용되는 항원 함량 실험"이라며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올해 유행할 것으로 보이는 독감 바이러스 4종을 발표하자마자 시험에 필요한 항원(바이러스)을 사왔다"고 설명했다. 항원은 곧 백신의 재료다. 이곳에선 ①네 가지 바이러스를 재료로 한 원액을 만들고 ②이를 바탕으로 최종 원액을 만든 뒤 ③일정한 용량으로 섞어 독감 백신을 생산한다. 우리 몸에 들어가는 용량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표준에 따른다. 시험 결과는 국가 검증을 거쳐 식약처가 승인해야 쓸 수 있다.



국내 최대 백신 전문 R&PD센터…500만 도즈 생산


L하우스는 국내 최대 규모 백신 전문 R&PD센터다. 총 6만2,626㎡ 규모의 공장에선 원액 생산, 완제 생산, 분석, 동물실험, 보관 백신을 만드는 모든 공정이 이뤄진다. 2,000리터(L)짜리 바이오리액터(세포 배양기)를 갖춘 원액실은 현재 가동을 멈췄다. 백신 제조 공정 중 첫 단계인 원액 생산부터 완제품이 되기까지는 37~40일이 걸리는데 앞서 생산된 원액은 다음 공정에 쓰이고 있어서다.

백신 생산 절차 중 마지막 단계인 포장실에선 완성된 백신 액체를 주사기에 담아 포장하고 있었다. ①시린지(주사기 몸통)가 하얀 얼음통 모양 팩에 정렬되면 이물질 검색대를 통과한 뒤 주사기 뒷부분과 조립된다. ②로봇이 주사기 표면에 제품명을 쓴 스티커를 붙이면 투명한 비닐에 밀봉됐다. 다음 로봇이 설명서를 살포시 올리면 그 다음 로봇손이 ③액체가 담긴 주사기와 설명서를 상자에 담았다. ④완제품은 무게를 잰 뒤 세 명의 손을 거쳐 박스에 담겼다.



"국내 유일 세포배양 방식 독감 백신"


이 공장장은 "스카이셀플루는 세포배양 방식으로 만든 국내 유일의 독감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독감 백신은 유정란 방식(계란에서 바이러스 배양)과 세포배양 방식(동물 세포를 활용해 배양)이 있는데 대부분의 독감 백신은 유정란 방식을 쓴다. 유정란 방식으로 만든 백신은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쓸 수 없는데 이 회사의 독감 백신은 이런 부작용이 없고 생산 기간이 비교적 짧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스카이셀플루는 다음 달부터 병·의원에서 접종할 수 있다. 이날 제조된 독감백신은 올해 연말 접종에 쓰일 전망이다.

안동=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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