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 들인 수출입 해상 공급망" 해양업계, HMM 해외 매각 저지 성명

입력
2023.08.23 17:30
"수출입 물량의 99.7% 해운 통해 수송 중…
해운물류 노하우 등 국가자산 해외유출 우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옛 현대상선)의 인수전 막이 오른 가운데 해운업계가 회사의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글로벌 5위 해운사 독일 하파크로이트가 HMM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적 해운사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부산항발전협의회는 23일 '우리나라 수출입 해상 공급망의 핵심 역할을 하는 HMM의 해외 매각 저지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예비입찰사 선정에 독일의 하파크로이트가 포함됐다"며 "국민의 혈세를 통해 살려놓은 HMM의 매각 대상자에 해외 선사를 포함시킨 것에 과연 해운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 의심이 간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에는 총 55개 회원사, 부산항발전협의회에는 200여 개 단체가 가입해 있다.

이들 단체는 "해운산업은 원자재 수입부터 최종재 재수출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국부 창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매년 10억 톤(t)에 달하는 우리나라 수출입 물량의 99.7%는 해운을 통해 수송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파크로이트에 HMM을 매각한다면 우리나라 컨테이너 운송자산, 터미널, 수십 년 동안 쌓아온 해운물류 노하우와 같은 정보자산 등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자산의 해외유출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계적 물류난 속에서 수출품을 실어 나를 선박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 수출기업을 위해 HMM은 추가 선박을 투입하는 등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2020년 하반기 국내 중소기업들이 배를 구하지 못해 수출길이 막혔을 때 정부가 해운업계와 손잡고 중소기업들을 위해 수출용 컨테이너선 'HMM 프레스티지호'를 긴급 투입한 일화를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안정적 수출입 물류 공급망 확보를 위해 HMM의 해외 매각 저지에 나설 것을 500만 해양가족의 이름으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달 20일 HMM 보통주식 총 3억9,879만156주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내고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21일 마감된 예비입찰에는 하파크로이트를 비롯해 LX인터내셔널과 동원산업,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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