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흉기난동 살인,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등산로 강간살인 사건… 불특정한 사람을 상대로 하는 범죄가 연일 발생하고 기사화되면서 일상에서 범죄에 대한 공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20여 년 전 경제 불황 이후 일본에서 발생했던 무차별 살상범죄와도 유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경제 불황과 사회적 양극화, 일자리 정책 실패로 인하여 고립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반사회적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하여는 일자리 지원과 사회적 유대 강화를 통하여 범죄를 억지하고자 했던 일본의 정책도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범죄현상에 대한 논의와 대책 마련과는 별개로, 범죄에 대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가 가져오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한 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한국 언론에서 살인에 대한 기사가 급증했다고 한다.
그러나 통계를 살펴보면 10년 전과 비교할 때 한국의 살인범죄는 점점 줄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 데이터베이스(dataunodc.un.org)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살인범죄율(인구 10만 명당 살인범죄 피해자 비율)이 0.52명으로 2010년 0.99명에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2021년 살인범죄율을 살펴보면, 아프리카 대륙 평균은 12.66명, 아메리카는 14.96명, 아시아는 2.33명, 유럽은 2.24명이고 전 세계 평균은 5.79명이다. 우리나라는 살인범죄율이 전 세계 평균의 10분의 1보다 낮은 상당히 안전한 국가이고, 지난 10여 년간 점점 더 안전해지고 있다. 대검찰청의 자료를 보면 2023년 1분기 살인범죄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 감소하는 등 최근 들어 특별히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통계와는 달리 시민들의 치안에 대한 불안은 매우 높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5년간 강도나 신체적 위해의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 1.5%로 유럽 주요국과 비교하였을 때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유럽 주요국 평균 17.5%), 범죄 피해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사람의 비율은 23.07%로 조사대상 16개국 중 3위로 매우 높았고, 범죄 피해에 대한 불안 정도는 16개국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신체적으로 취약한 노인층보다 청년층의 범죄 피해에 대한 불안 정도가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에 대하여는 미디어를 통한 범죄 정보 접근이 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인터넷 뉴스 이용 시간이 증가할수록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범죄에 대한 불안감은 사회와 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 경우 더 높게 나타나는데, 한국 청년층의 불안감이 높은 이유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범죄에 대한 적절한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자세한 범죄 보도는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사회적 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다. 언론의 범죄보도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고,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 등 청년층의 불안에 대한 대응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