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기후 정책 이끈 '기후 황제' 돌연 사임... 그린딜 정책도 흔들?

입력
2023.08.23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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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총리직 도전 위해 사임
"EU, '기후 정치인' 잃었다" 우려

프란스 티메르만스 유럽연합(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이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다. 오는 11월 네덜란드 조기 총선 출마를 위해서다. 티메르만스 부집행위원장은 2019년 출범한 현 EU 집행부에서 최우선 정책 과제인 기후 정책을 총괄해 온 인사다. '기후 황제'라고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임을 두고 'EU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 추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총리 도전 위해 사의... EU, 즉각 사직서 수리

EU 집행위원회는 22일(현지시간) 티메르만스 부집행위원장이 사임계를 제출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수년간 EU 집행위원회와 유럽 시민들을 위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데 대해 감사하다"며 그의 사직서를 즉시 수리했다.

티메르만스 부집행위원장은 2014년 네덜란드 외무장관에서 물러난 뒤 EU로 자리를 옮겨 최근까지 10년가량 일해 왔다. 특히 2050년 기후중립 달성과 지속 가능한 산업환경 구축을 목표로 내건 EU의 청사진 '그린 딜(Green Deal)' 계획을 이끌어 왔다. 이 같은 티메르만스 부집행위원장의 업무는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부집행위원이 직무대행을 겸임하며 임시로 맡게 된다고 EU는 전했다.

EU '탄소감축 목표' 타격 가능성 우려도

티메르만스 부집행위원장의 중도하차는 네덜란드 차기 총리 후보자들 중 한 명이 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3개월 후 치러지는 조기 총선을 앞두고 합당한 노동당·녹색좌파 연합당의 초대 대표로 선출됐는데, 네덜란드에선 총선 결과 하원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네덜란드 최장수 총리인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현 총리가 지난달 연립정부 붕괴 직후 정계 은퇴까지 선언한 상황이라, 티메르만스 부집행위원장의 총리직 도전 성공을 점치는 이도 적지 않다. 실제 그는 지난달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나는 총리가 되고 싶다. 지난 몇 년간과는 다른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향후 EU 기후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티메르만스 부집행위원장은 '2050년 탄소중립' 등 핵심 의제를 이끌어 온 EU 기후 정책의 구심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EU법상 내년 상반기에 도출돼야 하는 2040년 탄소감축 목표 설정이 타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미국 언론 폴리티코는 "내년 6월 EU 선거를 앞두고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데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어서 (기후 대응과 관련한) 야심 찬 목표에 대한 욕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짚었다. 유럽 언론들도 "EU는 가장 중요한 '기후 정치인'을 잃었다"(독일 한델스블라트)는 등의 표현으로 티메르만스 부집행위원장의 사임 소식을 전하고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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