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모터스포츠] 도전, 끊이지 않는 모터스포츠의 정신 – 스바루 NBR 챌린지

입력
2023.08.22 15:52

WRC 마니아라 한다면 과거 푸른 차체를 이끌고 거침 없는 주행으로 유럽 브랜드들을 억눌렀던 ‘스바루(SUBARU)’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물론 국내에서는 ‘스바루’라는 브랜드가 아쉬운 성과를 내고, 그리고 또 이제는 만나볼 수 없는 브랜드가 되었지만 해외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실제 그 판매량은 크지 않을지 몰라도 대중적이면서도 역동적인, 그리고 격렬하면서도 안전한 매력을 내는 스바루는 여전히 많은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그리고 이러한 스바루는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모터스포츠 활동을 이어가며 ‘모터스포츠 DNA’를 이어가고 있다. 과연 스바루의 뉘르부크링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대한 도전은 어떤 이야기와 기록을 갖고 있을까?

2008년, 첫 도전에 나서다

스바루는 다양한 모터스포츠 무대에 도전을 이어왔다. 그렇기에 2008년, 뉘르부크르링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나선다는 그들의 발표는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독특한 것은 여느 브랜드들이 모터스포츠 무대에 출사표를 던질 때와 달리 스바루의 도전은 ‘우승’이 아닌 더욱 나은 미래, 그리고 보다 발전하는 브랜드의 행보를 만들겠다는 내용에 있었다.

3세대 임프레자 WRX STI 사양을 기반으로 개발된 NBR 챌린지는 자신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내는 SP6 클래스에 참가했고, 핫토리 나오키(HATTORI NAOKI)를 포함, 네 명의 일본인 드라이버로 대회에 참가했다.

첫 도전은 클래스 5위, 종합 57위의 준수한 성적으로 이어졌다. 이에 스바루는 연이은 도전의 ‘자신감’을 확보하게 됐다.

이듬해 2009년, 한층 개선된 NBT 챌린저는 2.2L 터보 엔진이 중심이 되는 SP3T 클래스로 자리를 옮겼고, 차량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레이스 중 차량 문제로 순위가 낮아지는 위험도 있었지만 클래스 5위, 종합 33위를 달성했다.

2010년 역시 SP3T 클래스에 나섰다. 여기에 더욱 우수한 성적을 위해 독일의 마르셀 엥겔스(MARCEL ENGELS), 네덜란드 태생이자, 국내 슈퍼레이스 무대에서도 활약한 ‘카를로 반 담(CARLO VAN DAM)’을 영입했다.

그 결과 클래스 4위, 종합 2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이어지는 2011년, 스바루는 SP3T 클래스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뤄낸다. 24시간 동안 142랩을 달렸고, 종합 21위에 올라 ‘내용’ 역시 우수했다.

참고로 챔피언 드라이버, 카를로 반 담은 이후 스바루 NBR 챌린지의 빼놓을 수 없는 ‘대표 드라이버’로 자리를 잡는다.

새로운 도약의 NBR 챌린지

SP3T 클래스 우승을 거머쥔 스바루는 2012년부터 ‘강자의 존재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전년도와 같은 WRX STI 기반의 NBR 챌린지는 어느새 스바루 블루를 더욱 짙게 칠했고, 드라이버 라인업 역시 한층 견고히 다졌다.

레이스카는 혁신을 강조하기 보다는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경량화에 힘썼다. 레이스 중에는 각종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 문제 상황이 벌어졌으나 ‘데미지 컨트롤’을 이어가며 레이스를 진행했고, 다시 한 번 포디엄 정상에 올랐다.

다만 이어지는 2013년과 2014년은 아쉬움이 컸다. 먼저 2013년에는 급격히 변화된 날씨에 대응을 실패하며 2위에 그쳤고, 2014년에는 폴 포지션으로 시작했음에도 차량 파손과 주행 페널티 등으로 인해 4위에 그쳤다.

다시 되찾은 스바루의 명예

아쉬운 두 시즌, 그러나 스바루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2015년, 카를로 반 담의 건재함을 확인했고, 새롭게 합류한 드라이버들 역시 그 어떤 순간보다 우수한 기량으로 무장한 스바루는 다시 정상에 올랐다.

특히 2015년의 스바루는 레이스 상황에서의 파손은 물론이고, 트러블, 그리고 피트 크루의 작은 실수도 없는 완벽한 레이스를 치르며 역대 최고의 레이스를 완성환다. 덕분에 클래스 우승은 물론, 종합 18위에 이름을 올린다.

2016년에는 우박 및 거센 비로 인해 혼란스러웠지만 NBR 챌린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시메트리컬 AWD 및 낮은 무게 중심의 효과를 SP3T 클래스 우승으로 입증했다. 이에 따라 NBR 통산 두 번째 클래스 2연패를 이뤄냈다.

최악의 순간, 다시 도전하는 스바루

2017년, 스바루는 NBR의 클래스 3연패를 목표로 주행을 시작했다. 지난해와 같은 기술적 배경을 가진 NBR 챌린지는 그 어떤 경쟁자보다 안정적인 구성을 약속한 만큼 ‘우수한 성과’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경기 중반 무렵, 같은 클래스의 다른 레이스카와의 충돌하며 극심한 피해를 입었고, 이후 수리 후 레이스를 재개하며 목표를 완주로 재설정했다. 그러나 경기 후반,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주행을 멈춰야 했다.

그러나 스바루의 도전, 그리고 열정은 꺾이지 않았다. 스바루는 곧바로 2018년의 NBR 챌린지 개발에 나선다.

되찾은 우승, 그리고 코로나 브레이크

2018년, 스바루는 최신의 WRX STI를 기반으로 한 NBR 챌린지를 앞세워 다시 한 번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 레이스 정상을 향한다. 이전 사양 대비 더욱 넓은 차체, 그리고 향상된 성능 및 각종 부품의 변화는 전반적인 퍼포먼스 개선을 약속했다.

레이스카의 전반적인 성능은 향상됐지만,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쉽지 않았다. 실제 경기 초반부터 스티어링 휠 오일이 새는 문제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선두를 내줬다. 다행히 주행 페이스가 좋았던 만큼 목표했던 클래스 1위는 되찾았다.

이어지는 2019년에는 상위 클래스의 레이스카에 치이며 우려를 자아냈지만 레이스카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남은 레이스 역시 순조롭게 이어갈 수 있었다. 특히 카를로 반 담이 경기 후반에 베스트 랩을 달성하며 ‘내구성’ 역시 입증했다.

2019년, NBR 챌린지는 클래스 1위, 그리고 종합 18위의 기록을 달성했고 24시간 총 145랩을 달리는 ‘팀 역사 상 최고의 기록’ 역시 이뤄냈다.

다만 코로나 19(COVID 19)의 세계적인 유행은 모터스포츠 부분에도 영향을 주었고, 결국 스바루는 2020년과 2021년, 뉘르부크르링 24시간 내구 레이스의 불참을 선언하고 NBR 챌린지의 주행도 잠시 멈추게 됐다.

2022년, 스바루는 짧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 주행을 시작했다. NBR 챌린지 역시 새롭게 개량됐고, 한층 우수한 퍼포먼스, 그리고 다채로운 패키징 변화를 통해 전반적인 주행 성능을 끌어 올렸다.

예선은 물론이고 결승에서의 레이스 운영도 나쁘지 않았으나 결과는 2017년과 같은 리타이어였다. 원인은 레이스 중 손상된 서스펜션 부품 일부가 타이어를 지속적으로 손상시켰고, 최고속 구간에서 타이어 역시 파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레이스카는 수리 불가로 판정, 결국 일곱 번째의 우승을 이루지 못하고 경기를 마쳐야했다.

새로운 클래스, 그리고 우수한 성과

스바루는 2023년 도쿄오토살롱에서 새로운 NBR 챌린지를 공개한다. 새로운 NBR 챌린지는 지금까지와 같이 WRC 경험과 다채로운 모터스포츠의 경험을 계승하고 뉘르부르크링에서의 도전 의식을 담았다.

특히 2023년의 NBR 챌린지는 2022년 0사양 대비 출력을 개선한 380마력의 2.4L 직분사 터보 엔진을 탑재하며 SP3T 클래스가 아닌 SP4T 클래스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레이스는 전체적으로 ‘소소한 문제’는 있었지만 순위를 지키거나, 레이스를 펼치기엔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클래스 우승을 차지하는 듯 했다. 그러나 경기 중반을 지날 무렵, 서스펜션 및 엔진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수리에 나선 팀은 네 시간이 넘는 시간을 지난 후, 다시 레이스를 이어갈 수 있었다. 결국 NBR 챌린지는 클래스 2위(112랩 주행)에 오르며 ‘아쉽지만 의미있는 결과’를 이뤄내며 ‘2024년의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모클 김학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