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이균용(61·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보수 성향의 법관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를 거치지 않고 33년간 일선 법원에서 재판 업무만 수행한 그는 일본 유학을 두 번이나 다녀온 '일본통'이다. 법원 안팎에선 이 후보자가 윤 대통령과 사법 철학을 공유해 온 점을 인정받아 차기 대법원 수장으로 낙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자는 1990년 서울민사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한 '정통 엘리트 판사'다. 두 차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고, 2009년 일찌감치 '법원의 별'인 고법 부장판사(차관급)로 승진했다. 법원 내 엘리트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 소속으로, 형사·행정 사건을 비롯해 지식재산권 분야까지 두루 섭렵했다. 2017년 서울남부지법원장, 2021년 대전고법원장 등 두 차례 법원장을 역임했으며, 일본 게이오대에서 두 번 교육연수를 했던 '지일파'다.
대통령실은 '서울 법대 출신 엘리트'라는 평가를 의식한 듯 "이 후보자가 약자의 인권을 신장하는 데 앞장섰다"고 설명했다. 그가 2016년 서울고법 행정부에서 '틱장애를 앓는 장애인의 장애인등록을 거부한 처분이 차별'이라는 취지로 판단해 '장애인 인권 디딤돌' 판결로 선정된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2019년 서울고법 형사부 재직 시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집회에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1심 판단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정치·사법적 성향은 보수로 분류된다. 그는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하고, 대법관 구성을 진보 일색으로 구성한 것에 대해 주변에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고 한다. 특히 대전고법원장 취임사를 통해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선 이 후보자가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석에서도 '50억 클럽' 논란에 휩싸인 권순일 전 대법관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의 업무 추진력은 법조계에선 정평이 나 있다. 그와 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 변호사는 "워낙 법원에 오랜 기간 몸담았기 때문에 현재 사법행정의 문제점을 소상히 꿰고 있다"며 "결단력을 갖춘 인물로 사법부의 떨어진 위상을 바로잡을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일과 휴식의 균형(워라밸)보다는 법관의 헌신을 강조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후보자는 서울남부지법원장 시절 장기 적체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라고 재판부를 독려하고, 대전고법원장 시절 한 인터뷰에서 "법원이 구성원들만 만족하는 공동체가 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고 후배 판사들을 질책한 적도 있다.
대통령과의 친분도 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자 "친한 친구의 친한 친구"라며 "단둘이 만난 적은 없지만 친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이 후보자의 연수원 동기이자 윤 대통령의 절친인 문강배 변호사와 함께 술자리를 가지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법원 안팎에서는 이 후보자가 사법행정 업무를 맡은 적 없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대법관 경력이 없고,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적도 없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것도 20여 년 전인데, 그가 대법원장으로 임명되면 비(非)대법관 출신으로는 두 번째(첫 번째는 김명수) 대법원장이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 출신이 대법원장을 해 왔던 이유는 내부 사정을 아는 걸 넘어 개혁 추진에 대·내외적 권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사법행정 경력이 없어서 제도 변화의 부작용 대처에 어려움을 겪었던 김 대법원장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선 판사 및 법원 직원들과의 소통 문제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법원 내부에선 이 후보자가 배석판사들에게 많은 업무를 시키는 재판장이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사석에서나 회식 자리에서도 자기 의견을 강하게 드러내는 편이라고 한다. 이 후보자와 한 법원에서 근무했던 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장 시절 노조와 갈등하고 후배 판사들과 소통이 제대로 안 된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변화하는 환경에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들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