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시작한 방통위의 과제

입력
2023.08.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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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지상파를 비롯한 전통적인 방송사업자들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로 인해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큰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 주요 수입원이었던 광고매출이 급감하고 있으며, 회복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지상파 어려움이 크다. 종편 역시 아직 성장하고 있으나, 그 성장의 폭이 크게 감소하고 있으며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성장 동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 시기에 새로 출범한 방통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미디어 산업의 혁신 성장을 위한 규제 혁신이다. 글로벌 미디어 시장은 높은 수준의 산업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고 있다. 방송 분야에서는 다양한 진입규제가 존재하는데 이를 완화해 여러 형태의 방송사업자가 진출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공적' 역할을 빌미로 한 '보호'보다는 '경쟁력' 확보를 통한 활성화가 필요하다. 둘째, 공영방송의 정의와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 공영방송 사업자 스스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현실에 맞는 사회적 책무를 마련하고 수행하여 그 성과를 소상히 공개토록 해야 한다. 공영방송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경영평가를 제3자 검증방식으로 전환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셋째, 많은 논란이 존재하는 미디어 플랫폼의 언론에 대한 신뢰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알고리즘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전문인력 영입과 검증을 위한 법제 마련이 요구된다.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와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넷째 어떤 순간에도 이용자 보호가 필요하다. 인앱결제, 수수료 과다 징수 등 앱마켓 관련 문제들의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고,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이용자 보호 관련 규제에 구체적인 역할 마련이 요구된다. 종편 승인과정에서 불거진 소송 관련해서도 여러 이해관계자를 살피고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이나 방송콘텐츠대가 등에 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이 맞춰지고 있는지, 효율적인 자원 재분배가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OTT의 등장으로 미디어 생태계의 모든 것이 변했다. 기존의 방송 문법은 통하지 않는다. 공익성, 공공성이 주기도문처럼 작동되던 환경에서 효율성, 경제성, 경쟁력이 중요해졌고 국내 사업자들이 느끼는 혼란과 두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새로운 방통위의 출범이 국내 미디어 혁신의 새로운 시발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