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이르면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일본명 ‘처리수’) 방류를 개시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NHK가 21일 보도했다. 22일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개시 시기를 확정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결정을 하루 앞둔 이날 어민단체 대표와 만나 방류 강행에 쐐기를 박았다. 동일본 대지진 4년 뒤인 2015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현 어민들에게 “(어민 등)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오염수를) 처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빈말이 됐다.
기시다 총리는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전국 어민들을 대표하는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의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과 만나 “해양 방류를 안전하게 완수하고 어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대응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 후 수산물 가격이 급락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가 마련한 총 800억 엔(약 7,400억 원)의 기금으로 피해를 보상하고 “필요한 예산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장기적으로 책임지고 마련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카모토 회장은 “오염수 방류의 과학적 안전성에 대해서는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면서도 “방류를 반대한다는 방침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어련이 정부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카모토 회장은 “정부가 어민과의 약속을 깨뜨린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깨뜨린 것도, 지켜진 것도 아닌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 입장을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전어련이 반대 입장을 고수한 것은 소비자가 수산물 구입을 기피하는 ‘소문 피해’를 걱정해서다. 교도통신이 이달 19, 20일 전 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염수 방류 시 소문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응답은 88.1%에 달했다.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검사 강화의 영향으로 가격이 급락하는 등 어업 피해는 이미 발생했다. 중국 세관 당국 집계에 따르면 일본산 생선 수입액은 지난달 2,263만 위안(약 41억5,000만 원)으로, 6월보다 53% 감소했다. 중국에 수출하지 못한 물량이 국내에 풀리면서 일본 내수 가격도 떨어졌다.
후쿠시마현에선 적극적인 피해 대책을 내놓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후쿠시마대 교수들이 주도하고 지역 농림축산업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참여하는 ‘후쿠시마원탁회의’는 21일 “올여름 방류를 일단 철회하라”는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원전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본 현지인들의 의견이 방류 결정 과정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도 "방류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응답이 81%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