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 등산로에서 대낮에 너클을 끼고 무차별 폭력과 성폭행으로 30대 여교사를 숨지게 한 최모(30)씨는 자택과 PC방을 오가는 폐쇄적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한 달 전 신림동 칼부림 피의자 조선(33)과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으로 14명 사상자를 낸 최원종(22) 역시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아왔다. ‘은둔형 외톨이’와 ‘이상동기 범죄’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끊어내는 사회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해졌다.
최씨는 PC방에서 하루에 많게는 6시간 넘게 게임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휴대전화 기록은 음식배달 통화가 거의 전부였다고 한다. 조선은 별다른 직업 없이 부모와 교류조차 않았고, 최원종은 원하는 고등학교 진학 실패 후 방황하다 홀로 생활을 해왔다. 5월 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 또한 휴대전화 속에 친구 이름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본이 앞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홍역을 치렀듯 우리나라도 고립∙은둔 청년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코로나19와 취업난 등으로 최근 2, 3년 사이 가파르게 늘며 적게는 24만 명(국무조정실)에서 많게는 54만 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까지 추산된다. 이들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도, 강력범죄 피의자들에게 과도한 ‘은둔형 외톨이’ 서사를 부여하는 것도 모두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들의 심리 밑바닥에 깔려 있는 분노의 위험성에까지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전문가 상당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과 좌절이 타인을 향한 분노를 낳고 묻지마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이들의 일상 복귀는 복지 측면만이 아니라 반사회적 범죄 예방 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가 됐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심리상담을 비롯해 공동생활, 진로탐색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미흡하다. 이들을 자신의 공간 밖으로 끌어내려면 중앙 정부도 적극 손을 내밀어야 한다. 한번 사회 복귀에 실패한 청년들은 더 길고 깊은 은둔에 빠질 확률이 높다. 일회성이 아니라 단계별로 적응을 돕는 체계적 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