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3대 국세 세목 가운데 2위 부가가치세, 3위 법인세의 자리가 뒤바뀌었다.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해 상대적으로 징수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법인세의 비중이 커지자 세수 전망도 흔들리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3대 국세 세목 수입은 소득세 128조7,000억 원, 법인세 103조6,000억 원, 부가세 81조6,000억 원 순으로 컸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구도는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기준 국세 수입은 소득세 57조9,000억 원, 법인세 46조7,000억 원, 부가세 35조7,000억 원이었다.
2014년까지만 해도 부가세는 소득세, 법인세를 제치고 국세 수입 부동의 1위였다. 10년 전인 2012년 부가세 수입은 55조7,000억 원으로 법인세(45조9,000억 원), 소득세(45조8,000억 원)보다 10조 원 가까이 많았다. 하지만 2015년부터 경제 성장에 따른 명목임금 상승 등으로 소득세가 국세 수입 1위에 올랐다. '넘버 3' 법인세는 2018년부터 부가세와 2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다.
지난해는 법인세가 국세 수입 '넘버 2'로 자리매김한 해로 기록될 만하다. 법인세 수입이 부가세와의 격차를 22조 원으로 벌려서다. 올해 역시 기재부는 법인세 수입 전망을 부가세보다 21조8,000억 원 많은 105조 원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법인세 수입이 부가세를 크게 앞선 건 2021년 법인세를 내는 기업 영업실적이 예상보다 호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법인세 수입은 당초 기재부가 예상했던 73조8,000억 원과 비교하면 30조 원 정도 늘었다.
법인세가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22.6%, 2018년 23.5%, 2022년 26.2%로 커지자 세수 오차 확대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기업 실적이 국내는 물론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국제 경기에 좌우되면서 법인세도 전망과 실제 세수를 맞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전체 세수는 법인세 호조를 바탕으로 기존 전망보다 58조 원 더 들어왔다. 올해는 정반대다. 상반기 기준 법인세가 전년 대비 16조8,000억 원 줄어든 여파로 전체 세수는 39조7,000억 원 적게 걷혔다. 이 속도대로라면 연말 전체 세수는 원래 예상보다 43조5,000억 원 모자랄 전망이다.
이런 세수 오차는 짜임새 있는 재정 운용을 방해한다. 예컨대 지난해 같은 초과 세수를 미리 전망에 반영했더라면 복지, 건설 등 재정 사업을 더 설계하거나 예산을 더 투입할 수 있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초과 세수를 사용해 예정에 없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8일 발간한 '세수 오차의 원인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법인세 등이 전체 국세 증감률을 주도하면서 전반적인 세수 오차율도 상승했다"며 "법인세 예측 시 기업 재무재표를 활용하고 산업·기업 규모별로 구분해 전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