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제주 서부소방서 한림119센터로 치킨 45마리가 배달됐다.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소방관들이 보낸 사람을 수소문해보니 사흘 전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물놀이 도중 의식을 잃었다가 구조된 A(5)군의 가족이었다.
당시 현장에는 쉬는 날 가족과 함께 수영장을 찾은 김태헌 소방위와 이승준 소방교가 있었다. 이들은 곧바로 아이에게 달려가 가슴 압박을 실시하는 등 응급처치에 나섰다. A군은 이내 호흡을 되찾았고,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가 A군을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했다.
치킨은 A군 가족이 두 소방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보낸 것이었다. 서부소방서는 A군 가족에게 연락해 감사 인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치킨 45마리는 받지 않았다. 두 소방관은 A군 가족에게 치킨을 취약계층에게 전달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A군 가족의 동의로 치킨은 한림읍 아동보육시설 등 사회복지시설 6곳에 전달됐다.
A군 가족은 "소방관들의 신속한 응급처치 덕분에 기적과 같이 아이가 건강을 찾고 퇴원하게 됐다"며 "소중한 생명을 지켜주신 것과 더불어 감사의 뜻으로 보낸 선물이 좋은 곳에 쓰일 수 있도록 도움을 줘 감동했다"고 전했다.
두 소방관은 “아이가 회복돼 정말 기쁘다. 소방공무원이 된 이래 가장 행복하고 보람된 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