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 대책'이 발표된 지 5년째이지만,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갑질 대책은 여전히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갑질 대응 조례는 거의 마련된 상태지만, 구체적 조항을 살펴보면 피해자 보호나 실태조사 등 여러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1일 '2023년 17개 광역시도 직장갑질 보고서'를 펴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실을 통해 17개 광역지자체에서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2018년)과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2019년) 이행 상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내용이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2019년 7월부터 시행 중이지만, 고용노동부는 공무원은 이 조항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국가공무원노조는 공무원에게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종합대책'과 '가이드라인' 내용이 갑질당한 공무원들이 기댈 구석인 셈이다.
우선 '법령·조례 등 자체 가이드라인 마련' 측면에서는 17개 광역지자체는 대체로 양호 평가를 받았다. 서울·대구·대전·울산·충남·전북·경남 등 7곳은 △조례 △규칙·훈령 △지침·매뉴얼을 모두 갖추고 있었고, 여타 지역도 양호 평가를 받았다. 다만 조례만 갖춘 전남과, 유일하게 조례 없이 훈령·매뉴얼만 갖춘 제주는 보통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조례 내용을 뜯어보면 한계가 명확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명시된 대로 갑질 피해 신고 접수나 인지 후 '지체 없이 조사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곳은 8곳에 불과했다. 직장갑질119는 "모범 사용자 역할을 해야 할 광역지자체 17곳 중 9곳의 조례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사 기간 동안 피해자를 분리한다'는 보호 조치 내용이 포함된 곳도 4곳(부산 인천 울산 제주)뿐이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은 조사기간 동안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명령 등 피해자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이 없는) 광역지자체들은 신속히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 방침에 따르면 반기마다 갑질 실태조사를 해야 하지만, 대개 1년 단위로 조사를 실시했다. 세종·전남·강원은 지난 5년간 한 번도 실태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