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신림동 성폭행 △신림동 흉기난동 △서현역 칼부림 사건.
세 사건 피의자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사회와 단절된 '은둔형 외톨이'라는 것.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년간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타인과 아예 관계를 맺지 않으며 자기만의 비뚤어진 생각을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은둔형 외톨이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선 안 되지만, 그들의 왜곡된 생각이 극단적 범죄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성폭행 피의자 최모(30)씨는 범행 전까지 주로 자택과 PC방을 오가며 은둔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씨의 통화내역에는 친구로 추정되는 인물과의 통화 기록이 거의 없고, 음식 배달을 위해 식당에 전화를 건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주목할 지점은 최씨뿐 아니라 최근 발생한 흉악범죄 피의자들 상당수도 유사한 특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최원종(22)은 대인기피증으로 학교를 자퇴한 뒤 홀로 생활했고,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난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23)도 고교 졸업 후 5년간 타인과 교류 없이 살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묻지마 칼부림 사건 피의자 조선(33)도 전과 등으로 인해 취업이 어려웠고, 술에 의존하며 친한 친구가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3~6개월간 은둔 상태를 지속한 사람을 '은둔형 외톨이'라고 부르는데, 최근엔 청년층에서 이 같은 은둔 생활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3월 국무조정실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중 집에만 있는 은둔 청년이 24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5월 보고서를 통해, 고립청년이 2019년 34만 명에서 2021년 54만 명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신인철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을 상담해보면 은둔형 외톨이들의 증가세가 체감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은둔형 외톨이 중에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혼자 지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철저히 고립된 상황에서 왜곡된 생각을 교정할 기회가 적다는 특징 탓에, 일부 외톨이들의 돌출 행동이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수년간 지속된 코로나 거리두기 상황이 은둔 청년 문제를 심화한 만큼, 극단적 범죄를 자극했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팬데믹과 경기 침체가 청년 사회활동을 크게 위축시켰다"며 "고립이 길어지면 자기 상황을 비관하고, 불만이 사회로 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가하는 '은둔형 외톨이'들을 사회로 이끌어 내려는 논의는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고립·은둔 청년 발굴을 위한 실태조사를 지난달 17일에야 착수했다. 반면 일본은 2003년부터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라는 용어를 정의하고, 사회복지법을 개정해 히키코모리를 복지 수혜 대상자에 포함시켰다. 특히 전국에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 79개소를 두고 히키코모리와 가족들에 대한 방문 심리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은둔 청년들의 특징을 면밀히 분석하고 상담부터 복지까지 촘촘한 제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혜원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극단적 경쟁에 내몰려 고립을 선택하게 하지 않으려면 생활, 학업, 취업 등에 대한 다각도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는 희망을 주는 심리 지원책과 함께 법제화도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은둔형 외톨이들은 일반 사람들과 다르게 사회 관계망 회복을 필요로 한다"며 "함께 문화생활을 즐기는 거점을 마련해주거나,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적은 회사에서 활동하는 식의 맞춤형 복지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