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가격, 기만과 정당한 이윤추구 사이

입력
2023.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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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업자들은 고객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빅데이터를 형성한다. 특히 고객이 실제로 구매해 결제까지 한 내용은 정보로서 가치가 크다. 심지어 인공지능을 활용한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결제 정보를 분석해 고객이 지불하려 한 가격도 예상할 수 있다. 예컨대, 똑같은 제주행 항공권이라도 과거 비싸게 구매했던 고객에게는 30만 원으로 가격을 제시하고, 싼 가격을 고집했던 고객에게는 10만 원을 제시해 거래를 유도할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른 컴퓨터를 이용해 다른 이름으로 접속한 뒤 구매해야 한다.

개별 고객마다 지불하려는 가격을 적절하게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면 사업자는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지불 능력이 큰 고객에게는 비싼 가격을, 지불 능력이 적은 고객에게는 저렴한 가격을 받고 거래하면 되므로 더 많은 고객과 거래가 성사되기 때문이다. 이를 ‘개인화된 가격 책정’(personalized pricing)이라고 한다. 이런 개인화된 가격 정책은 사업자가 고객의 소비 패턴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어, 동일한 상품을 1단위씩 나누어 각각의 소비자에게 다른 가격을 부과하는 형태를 말한다. 개인화된 가격 정책은 가격 차별의 유형 중 ‘완전 가격 차별’(perfect price discrimination)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화된 가격 정책이 아직 법률적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지만, 경제학 등 다른 영역에서는 가격 차별 측면에서 논의가 활발하다.

이런 개인화된 가격이 사업자 이익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업자들은 개인화된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개인화된 가격 정책이 실제로 사업자에게 이익이 되는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고객이 같은 물건을 다른 고객보다 더 비싸게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해당 사업자와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거래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자가 이 정책을 성공시키려면, 고객에게 개인화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거래 과정에서 개인화된 가격정책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숨기면, 이는 기만적 거래 방법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에 유럽연합(EU)과 독일에서는 법을 개정해 사업자에게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개인화된 가격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보제공의무의 제도적 취지는 개인화된 가격정책으로 인한 불이익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것에 있다.

개인화된 가격 정책이 사업자에게 유의미하려면 소비자가 이를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반대로 사업자가 이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면, 사업자 입장에서 이 정책은 더 이상 매력이 없다. 결국 EU나 독일의 이런 입법은 개인화된 가격정책을 시행하지 말라는 의미와 별반 다르지 않다. 개인화된 가격정책이 모든 경우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므로 이러한 입법이 타당한지는 의문일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규제 입법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병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