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의 ‘온라인 여론조작’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파기환송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잇단 실형 선고에도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구속되지 않았던 김 전 장관은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2년간 수감생활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김우진 마용주 한창훈)는 18일 군형법상 정치관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장관은 2011~2013년 총선ㆍ대선 당시 사이버사 부대원들에게 정부ㆍ여당을 지지하고 야당을 깎아내리는 식의 온라인 여론전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이버사 부대원들이 그의 지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남긴 게시글과 댓글은 8,862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댓글공작에 투입될 사이버사 군무원 채용 과정에서 정치성향을 검증하고 호남 출신을 배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2013~2014년 사이버사 부대원들에게서 허위진술을 받는 수법으로 대선개입 수사를 축소·은폐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적용했다. 수사 결과, 그는 군의 조직적인 정치개입이 드러나지 않게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태하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장을 불구속 송치하라고 백낙종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장에게 지시했다.
1심에선 군무원 채용 개입을 제외한 혐의 모두 유죄 판단이 나와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중간수사 발표 관련 부당 지시 혐의도 무죄로 판단한 뒤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했지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정치 관여 및 대선개입 수사 축소ㆍ은폐 혐의는 유죄로 확정하되, 이 전 전단장 불구속 송치 지시 혐의도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보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상당수 혐의를 벗었지만, 김 전 장관은 결국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날 “김 전 장관은 40년 넘게 군인으로 성실하게 근무했고, 북한의 대남 사이버전에 대응하려는 명분이 있었다”면서도 “무죄 부분이 전체 혐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국방장관은 군인 신분이 아닌 만큼 군형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김 전 장관 측이 제기한 위헌법률 심판 제청도 “법 해석은 심판 대상이 아니다”라며 기각했다. 다만 1ㆍ2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도망 우려가 없다”며 법정구속은 면하게 했다.
김 전 장관은 선고 직후 취재진이 입장을 묻자 “할 말이 없다”며 법원을 떠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그를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급 위원으로 위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