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이 빠지는’ 자궁탈출증, 수치심 탓에 병 키워

입력
2023.08.2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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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반장기탈출증(자궁탈출증)은 흔히 ‘밑이 빠지는 병’으로 불린다. 자궁이나 방광, 직장 등 장기가 정상 위치에서 벗어나 질을 통해 밑으로 처지거나 질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말한다.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는 수치심과 부끄러움 때문에 쉬쉬하다가 상태가 나빠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주로 출산한 적이 있는 50대 이상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근육과 인대가 손상돼 골반 바닥 부위의 지지 조직에 이상이 발생하거나, 비만이거나, 변비가 심할 때에도 자궁탈출증이 발생될 수 있다.

안기훈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탈출증은 요실금이나 빈뇨가 동반될 때가 있고 심하면 자궁 경부 염증이나 압박감을 넘어 자궁이 질 밖으로 만져지기도 해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게 좋다”고 했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환자가 비교적 젊어도 케겔 운동 등을 통해 골반저 근육을 강화해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완전한 해결은 어려우며 이후 노화와 함께 증상이 진행된다. 자궁탈출증은 자궁 경부에 페서리를 이용해 교정하거나 수술로 해결할 수 있다.

자궁탈출증을 치료할 때 요실금을 주의해야 한다. 요실금이 발견되면 같이 치료하는 게 가장 좋지만, 자궁탈출증 치료 후 뒤늦게 발견될 때가 많다.

요실금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위치를 벗어난 자궁이 요도를 누르거나 요도 근위부가 꺾여 요실금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경미한 경우가 있다. 이를 '잠복성 요실금'이라 부른다.

이럴 때에는 자궁탈출증 수술만 하면 수술 후 요실금 증상이 나타나게 돼 환자의 만족도와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안 교수는 “잠복성 요실금으로 인한 환자의 삶의 질 하락을 예방하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요역학 검사를 통해 잠복성 요실금 유무와 정도를 파악하고, 환자와 함께 치료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안 교수는 “임신과 출산, 비만, 노화 등으로 골반기저 근육이 약화된 상태라면 자궁탈출증뿐만 아니라 요실금 발생 위험도 상당히 높다”며 “자궁탈출증 치료 후 요실금 증상이 나타나면 환자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는데 미리 발견해 동시에 치료해 환자 만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자궁탈출증은 힘든 출산이 기본 원인이지만 복압을 높이는 만성 변비나 기침, 복부 비만, 반복적으로 무거운 짐을 드는 것 등이 악화 요인이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려면 적정 체중 유지와 배변 활동, 생활 습관 개선에 신경을 써야 한다.

평소 소변을 끊는 느낌으로 요도괄약근 주위를 조이는 것을 반복하는 케겔 운동으로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잘못된 생활 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수술을 받은 여성의 3분의 1 정도가 재발돼 두 차례 이상 수술을 받았다. 따라서 자궁탈출증으로 수술을 받았더라도 생활 습관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