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프랜차이즈 가맹본사가 '신선육'이라며 보내준 닭 상태를 보여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마트 등 다른 곳에서 진짜 '신선'육을 구매해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가맹본사가 보내는 신선육은 본사가 정해둔 ‘필수품목’이기 때문이다. 필수품목은 프랜차이즈 제품의 품질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본사에서만 구매해야 하는 ‘강제품’이다. 재료 상태가 좋지 않다고 다른 데서 사 와 쓴다면 계약 위반에 해당해 계약 해지 등을 당할 수 있다.
결국 필수품목에 대한 점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기성품과 차이 없는 제품을 필수품목으로 분류해 강매하는 것을 넘어,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마저 떠넘기는 경우가 잦아서다. 그에 따른 피해는 점주들의 몫이다. 가맹점주 B씨는 “본사를 통해서만 사야 하는 재료를 알려준 요리법대로 조리해 팔았을 뿐인데 ‘닭 상태가 별로’라는 소비자 불만과 영업 손실은 점주가 견뎌야 한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점주들이 호소할 데가 없다는 점이다. 현행 가맹거래법에는 필수품목의 품질 관련 조항이 없다. 가맹거래법 시행령에는 ‘가맹사업을 경영하는 데 필수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필수품목을 판매할 수 있다’는 규정이 전부다. 보다시피 가맹본사를 위한 조항이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필수품목 선정 기준과 품질 등에 대한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점주·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다음 달 발표할 필수품목 운영제도 정비 방안에 필수품목 품질 관련 대책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본사가 품질이 떨어지는 필수품목을 지급했을 시 본사와 가맹점주 간 계약에서 문제가 될 수 있고, 만약 이를 강매한다면 거래상 지위 남용 중 ‘불이익 제공’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