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필리핀과 중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달 초 중국 해안경비대가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발사한 이후 팽팽한 기 싸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필리핀이 2년 전 중국을 향해 거친 발언을 한 인사를 중국의 대화 파트너로 등판시켰다. 대화·협상 과정에서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전날 테오도로 록신(75) 주영국 필리핀 대사를 중국 특사로 지명했다. 이번 인사에 관심이 쏠리는 건 외교부 장관 시절 중국을 향해 막말을 했던 그의 전력 때문이다.
록신 대사는 2021년 5월 “중국이여, 우리가 얼마나 정중하게 말해야 하나. 제발 꺼져버려라”라는 글을 X(옛 트위터)에 올렸다. "(중국은)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잘생긴 사람에게 관심을 강요하는 못생긴 멍청이 같다"고도 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암초에 선박 200여 척을 불법 정박시키고 위협을 일삼아 양국 관계가 악화할 때였다. 필리핀이 군함까지 출동시켰지만 중국 선박들이 서로 결박한 채 대항해 몰아내지 못했다. 필리핀 정부가 중국 대사를 초치하고 항의했으나 중국은 영유권을 주장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중국은 분노했고 왕원빈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발언할 때 기본 예의와 신분에 맞게 하길 바란다”고 반발했다. 친중국 성향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시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과 갈등이 있다고 해서 중국을 무례하게 대하고 존중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경고하고 록신 대사가 사과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필리핀 정부는 강경파인 록신 대사를 2년 만에 불러들인 이유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과 필리핀 실무진이 남중국해 갈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한 테이블에 앉을 것에 대비해 기선제압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후안 미구엘 주비리 상원의원을 비롯한 상하원 의원들은 “완벽한 인사다. 록신은 필리핀 주권 보호를 위해 충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